확실한 자기 발언으로 새로운 흐름 주도해온 빛나는 세월
한국화단의 퍼포먼스 영역을 개척하고 이끌어온 이건용씨(61, 군산대 교수)의 35년 예술세계를 되짚어보는 기획전이 열린다.(4일부터 16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1전시실) 한국소리문화전당이 초대기획으로 마련한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그의 퍼포먼스 작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회고전의 형식이다. 이건용 퍼포먼스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은 곧 한국화단의 행위미술 역사를 만나는 일에 다름 아니다.
71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출품했던 나무 밑둥을 통째로 드러내는 설치작품 ‘신체항(身體項)’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모으기 시작한 이후 늘 새롭고 논리적인 행위의 의미를 확장시킨 작품을 발표해온 그에게 이 전시회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자기발언이자 관객을 향한 새로운 대화의 통로다.
“몸 자체도 예술의 매체가 될 수있다는 생각이 행위미술의 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몸과 공간이 만나 하나의 예술 언어를 만들어 내기까지 나는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준비하고 기획하지요. 철저한 자기 실험과 탐색을 거치고서야 한 작품이 완성된다는 이야기입니다.”
75년 발표한 ‘동일면적’을 시작으로 건빵먹기, 신체드로잉, 달팽이 걸음, 독속의 문화, 문화의 힘, 구조조정, 치유,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표한 ‘오방으로부터’까지 그가 발표한 퍼포먼스는 75개. 이 전시를 위해 그동안 기록으로 남겨두었던 45개에 기억과 다른 자료를 뒤적여 찾아낸 작품들이라 했다.
그 대부분이 강렬한 메시지, 기발한 아이디어, 거기에 지극히 객관적인 논리와 설득력, 자유분방한 의식의 세계로 주목을 모았던 작품들. 그중에서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몇몇 작품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그의 상징 코드가 되어 있다.
가령 ‘신체드로잉’ 같은 작품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의식이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평면이 만나는 지점이 그려내는 ‘신체드로잉’은 ‘그리는 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으로 국내외 화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여성성에의 특별한 관심이나 아이엠에프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통찰도 어김없이 작품속에 투영되어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존재와 강렬한 모성애의 근원, 여성성에 대한 진지한 관찰은 그의 작업 매우 중요한 부분에 놓여있다.
“나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특별합니다. 그것은 여성성으로 귀결되면서도 곧 인간의 존재와도 맞닥뜨리는 지점입니다.”
’독속의 문화’ 같은 작품은 어머니와 여성성을 모티브로 설정한 작품. 그 소재인 독(항아리)은 그의 어머니가 6.25 피난시절 부산까지 가지고 갔다가 온 유물이다.
사회와 환경 역사에 대한, 그리고 삶을 향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실험적 작업으로 제기해온 그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관객과 가장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 대화의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80년대 초 군산대에 부임하면서 이지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북이 고향.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던 그는 20년이 넘도록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방에서 붙박이로 지내면서도 왕성한 창작과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특별한(?) 작가다.
“제약도 많았고, 오해도 많았고, 지역사람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지만 현재의 환경에 만족한다”는 그는 전시기간 동안 두차례 찾아오는 주말 오후 2시 현장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만난다. 개막은 4일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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