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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도연명과 국화(2)

 

 

採菊東籬下하여 悠然見南山이라.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들고서 그저 한가한 마음으로 멀리 남산을 바라보네.

 

어제 본 도연명의〈음주〉시 제5수의 5, 6구이다. 이 구절은 중국시학사상 만고의 절창(絶唱)으로 평가를 받으며 인구에 회자되는 명구(名句)이다.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들고서 그저 한가한 마음으로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는데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해서 '절창'이라는 평을 하는가?

 

여기에는 도연명의 무욕의 청정한 마음과 진실한 전원 생활의 모습이 들어 있고 무색, 무미, 무취의 담담함과 함께 청정한 하늘을 바라보는 고원한 격조가 배어있다.

 

처음부터 국화를 따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고, 딴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저 뜰을 거니는 도연명의 담담한 마음의 거울 속에 우연히 들어온 동쪽 울타리 아래의 그 국화를 '아! 꽃이 있네.'라고 말하면서 꽃을 본 그 순간의 기쁨으로 그저 따 보았을 뿐이다.

 

그런 다음, 꽃을 따느라 잠시 숙였던 허리를 펴는 순간 멀리 펼쳐진 남산의 모습이 눈으로 확 들어온다. 이 또한 남산을 보고자 하여 보는 게 아니라 눈앞에 펼쳐져 있기에 그저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다. 아주 한가로운 마음으로. 꽃과 사람과 산이 하나로 화하는 순간이다. 모두가 자연의 일부로서 그렇게 하나로 만나는 순간이다.

 

이 평담함, 이 편안함, 이 기쁨! 진실로 자연과 일체가 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경지이다. 그래서 이 구절은 만고의 절창이 된 것이다.

 

採:딸 채  籬:울타리 리  悠:한가할 유  然:그러할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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