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의 장손이자 임해군의 큰아들로 임진왜란 때 포로로 일본에 끌려가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승려로 한많은 생을 마감한 비운의 왕자 ‘일연스님’(日延·법명 大應).
일연스님의 일생을 조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일본 사찰에 보존중인 스님의 얼굴상에 몸을 만들어 붙이기 위한 봉합식이 금산사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는 25일 오전 10시 열리는 창건 1천4백3주년 ‘개산대재’를 기념해 일연스님 성상 봉합식 및 개안(開眼)법회를 가질 예정이다.
일연스님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후 13세에 출가해 1천6백년대 일본 법화종(현재 일련종) 최고의 고승으로 숭앙받았던 인물.
현재 후쿠오카 해복산(海福山)에 위치한 묘안사(妙安寺)에 부도와 스님이 그린 만다라, ‘묘법연화경’ 사경, 얼굴상 등이 모셔져 있다.
이번에 봉합식을 갖게 될 얼굴상은 일본에서 함께 억류생활을 했던 2살 위 누나가 솜씨 좋은 조각가를 시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원래 전신 조각상이었으나 화재로 몸통 부분이 소실돼 얼굴 부분만 남게 됐다는 것.
봉합불사는 지난 5월 일연스님의 존재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원광대 한국문화학과 양은용 교수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일연스님의 행적을 찾아 일본 후쿠오카와 교토, 치바 등을 직접 답사하는 과정에서 스님의 얼굴상을 발견한 양교수가 묘안사측의 양해를 구한 뒤 금산사에 개안불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
금산사 한 관계자는 “미륵성지인 금산사는 국난이 있을 때 마다 의병 활동의 근거지가 됐던 호국도량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며 “특히 이씨 조선의 쌈터이기도 한 전주와 일연스님의 각별한 인연을 고려해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연스님 성상의 몸통부분 조각은 금산사 대웅전 본불 조상작업에 참여한 바 있는 불교조각가 임성안씨(44)가 맡아 현재 작업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얼굴상과 최대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40년 넘은 은행목으로 만들어진 몸통부분이 연결되면 좌대를 포함해 크기 77㎝의 목조 입불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개안법회 이후 일연스님의 성상은 한달간 대중들의 참배를 위해 금산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얼굴상 및 친필 만다라, 법화경 사본 등 유품을 지참하고 올 일본 묘안사 가도다 쇼에이(門田正英) 주지 일행은 일연스님의 할아버지 선조대왕이 잠들어 있는 목릉과 종묘, 덕수궁, 동원정사, 경기전 등을 방문해 스님이 생전에 애타게 그리던 조상들과 4백여년 만의 만남을 성사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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