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소리가 송흥록, 박유전, 김성옥 등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보고, 동편제 소리는 송흥록부터, 서편제소리는 박유전부터, 중고제 소리는 김성옥으로부터 양식이 확립되어 내려온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판소리의 특정한 양식이 출발부터 지금까지 똑같았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판소리 ‘제’는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판소리 ‘제’가 시종여일하게 똑같은 특성으로 이어져 왔다는 유일한 증거는 폐쇄적인 전승의 계통이다. 그래서 전승 경로를 추적하는 사람들은 복잡한 전승의 계통을 도표화하여 모든 소리꾼을 그 속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한다.
판소리는 구두전승되는 음악이기 때문에 기록이 없어 지나간 시대의 소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남은 것은 누가 누구에게 배웠다는 전승의 계통뿐이다. 그러나 그것마저 매우 불완전하다. 전승의 계통은 전수받았다는 사실 외에 전승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서편제 소리꾼의 한 사람인 정정렬은 정창업과 이날치에게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전도성의 제자였던 김원술은 정정렬이 전도성에게도 찾아와 지침을 받았다고 했다.
전도성은 동편제 소리꾼으로 일컬어지는 사람이다. 또 김정문은 동편제 소리꾼인 유성준과 송만갑에게 배운 뒤, 서편제 소리꾼인 김채만에게 재연마하여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문은 송만갑과 더불어 전형적인 동편제 소리꾼으로 알려져 있다.
판소리 전승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앞에서 든 정정렬과 김정문의 경우만 보아도 여러 개의 전승형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수해 준 사람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형을 전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편제 [심청가]는 박유전으로부터 이날치와 정재근에게 각각 전승된 것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둘은 매우 다르다.
이렇게 달라지게 된 것이 이날치와 정재근 이후의 창자들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나, 박유전이 이들에게 전승한 시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날치는 박유전의 초기 소리를 이어받았고, 정재근은 박유전의 후기 소리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이들의 소리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송만갑은 또 제자들에게 가르칠 때에 자기가 평소에 부르던 것과는 다르게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예는 판소리 전승이 시종여일하게 동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제’를 말할 때는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군산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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