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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말(馬)의 힘, 사람의 마음

 

 

路遙知馬力하고 日久見人心이라
로요지마력,    일구견인심

 

먼 길을 가 봐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오래 흐른 뒤라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

 

명(明)나라 사람 풍몽룡(馮夢龍)이 편찬한 단편소설집인 《성세항언(醒世恒言)》제35권에 나오는 말이다. 진짜 훌륭한 말은 물론 힘도 좋지만 힘을 안배하는 능력과 지구력과 인내력과 주인에 대한 충성심까지 갖추고 있다.

 

그래서, 명마는 자신의 힘을 믿고 일시적으로 납죽대는 보통의 말과 다르다. 큰일을 맞거나 먼 길을 갈 때 비로소 이 명마의 능력이 나타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래 사귀어 보아야 비로소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만나면서부터 간이라도 다 빼어 줄 듯이 호들갑스럽게 친절한 사람은 그렇게 쉽게 뜨거워진 만큼 자그마한 의견 차이 앞에서 또 쉽게 식어서 돌아선다.

 

그리고,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친절한 친절은 대개 거짓일 경우가 많다. 사람을 판단함에 있어서 속단은 금물이다. 잘 살펴 보아야한다.

 

십 년을 함께 하고서도 "그 사람 정말 그럴 줄 몰랐다"다고 하면서 서로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고, 평생을 함께 살고서도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한숨 섞어 부르는 사람도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에 비로소 상대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나로서 꽉 채운 채 상대를 보면 아무리 긴 세월을 함께 해도 영원히 상대를 알 수 없다. 사랑! 긴 세월도 필요하고 내 마음을 먼저 여는 일도 필요한 것 같다.

 

路:길 로  遙:멀 요  久:오래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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