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봉초등 과학실은 실제 ‘생동하는 실험실’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겨울 방학전 이학교 과학실을 찾았을 때 학급별 이용 예약 날짜가 빼곡하게 잡혀 있었다. 3∼4학년은 1주일 1시간, 5∼6학년은 주당 2시간씩 예약됐다. 학교마다 과학실을 갖고 있어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이학교 과학실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라는 게 학교 과학 조교 선생님의 말이었다. 학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름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꾸며진 시설에 찾을 수 있었다.
현 대부분 학교 과학실은 7차교육과정의 본질인 수준별 학습을 하기에 부적합한 고정식 실험대로 되어 있다. 정보화시설인 컴퓨터와 인터넷 시설도 미흡하다. 냉난방 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 학생들이 과학실을 기피할 수 밖에 없는 환경들이다.
인봉초등 과학실은 이런 문제들이 크게 개선돼 있었다. 고정식 실험대 대신 실험대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과학실은 실험실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렸다. 실험도 하고 학과 공부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실험대 위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LCD 프로젝터를 설치해 ICT를 활용한 첨단 수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과학실험에 따른 안전 장치를 배려한 점도 눈에 띄었다. 밀폐식 시약장과 흄후드·환풍기를 실험실에 설치해 유해가스의 발생을 원천 차단했다. 초음파 세척기와 실험폐수수거용 싱크대를 만들어 폐수 수거에 효율성을 꾀했다.
박영산 학교장과 교직원들의 과학교육에 대한 열정은 첨단 과학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초등교육에서 과학 실험교육의 중요성을 도교육청 장학사 시절부터 일찌감치 제창해온 박교장은 학교예산의 상당부분을 실험기자재 구입에 할당했다. 기구 보관대에는 가지런히 놓여진 기초 실험실습 도구들이 학교측의 과학교육에 대한 열의와 관심을 읽게 했다.
도내 몇 안되는 발명공작실을 열어 자신의 학교 뿐아니라 다른 학교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개방해 어린이들의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온 이학교는 지난달 13일에는 전북교육정보과학원과 함께 대대적인 과학체험 한마당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외부 과학행사도 이곳에 잇따라 마련돼 어린이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도내 과학교사들이 이곳에 모여 로봇 조립 연수를 갖기도 했다.
박교장은 “학교가 지난해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인근 학부모들조차 기피했으나 과학교육에서 확실히 앞서감으로써 지금은 오히려 선호하는 학교가 됐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과학담당 임길영 장학관은 “2년전부터 과학실 현대화 계획을 수립해 국내는 물론 외국의 여러 사례들을 조사해 실험실 표준 모델을 만들었다”며,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실험실의 중요성이 확인된 만큼 내년도 과학실 현대화 사업을 10여개 학교로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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