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다”“간판 내렸다”의 사이.
개봉영화들의 빛과 어둠이 명확한 것도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이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중에도 흥행성적 저조나 매머드급 영화의 개봉으로 채 1주일도 채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린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 속상한 작품들을 찾아 ‘프로포즈’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패자부활전’정도로 치부한다면 곤란하다. 흥행영화가 안기지 못한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는 ‘깨소금’같은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논리에 밀려 극장가에서 외면 당했던 영화 몇 편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한국영화는 홍경인·정준·여현수 등 섬마을 삼총사가 세상을 향해 날리는 골든 펀치 ‘남자, 태어나다’(박희준)와 서해안 작은 포구에서 벌어진 중년 남녀의 하룻밤 사랑 이야기 ‘낙타(들)’(박기용)이다.
단 하루만에 극장에서 모습을 감춰 올해 가장 노골적으로 홀대받았던 ‘남자, 태어나다’는 ‘챔피언’(곽경택)의 돌주먹은 아니지만 순박한 소년들의 ‘꿈 찬 아기주먹’이 희망을 엿보게 한다.
‘낙타(들)’은 ‘어설픈 불륜영화’라는 혹평 속에서 제16회 프리보그 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작가인 허버트 셀비 주니어가 원작자인 ‘레퀴엠 ’(대런 아로노프스키)도 놓치기 아깝다. 마약과 TV·게임·섹스 등 무언가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세상사와 무기력한 현대인들을 마약에 빗댄 일화다.
이외에도 동성애 영화의 상큼한 도발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찰스 허먼 윔펠드)와 야릇하고 신비한 시간 관념으로 관객을 헷갈리게 하던 ‘도니 다코’(리차드 켈리), 남자 수중발레단 이야기 ‘워터 보이스’(야구치 시노부), 거장 감독 7명이 모여 만든 ‘텐 미니츠 트럼펫’(베르너 헤어조크), 남성 중심 세계에 맞서는 씩씩한 소녀의 강펀치 ‘걸 파이트’(카린 쿠사마) 등도 홀대받은 상처를 어루만져줄만 하다.
극장가에서는 찬밥신세였던 작품일수록 비디오나 DVD는 날개가 달릴 가능성이 높다. 오직 선착순 1명만이 행운아. 좋은 영화를 위해서라면 뛰자.
“두들겨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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