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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인형의 눈물

 

 

始作俑者는 其無後乎아
시작용자   기무후호

 

맨 처음 나무로 인형을 만든 사람은 아마 그 후손이 없을 것이다.

 

《맹자》〈양혜왕(梁惠王)〉상(上)에 인용된 공자의 말이다. 이 구절에 대한 주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용(俑)이란 순장용 나무 인형을 말한다. 옛날에는 풀을 묶어 순장용 인형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인형이기는 하나 사람의 실지 모습과 그렇게 닮지는 않았다.

 

나중에 나무 인형으로 바꾸게 되었는데 나무인형은 면목이 너무 뚜렷하여 실지 사람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인형이긴 하지만 사람의 모습과 너무 닮은 그것을 땅에 묻어 죽게 한다는 것은 차마 하지 못할 일이다.

 

그러므로 그런 잔인한 일을 맨 처음 한 사람 즉, 순장용 나무 인형을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한 사람은 죄를 받아 그 후손이 없게 될 것이다."

 

나무로 만든 인형을 땅에 묻는 일도 그것이 사람을 닮았다고 해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 공자의 인도주의 정신이 가슴에 진하게 와 닿는다.

 

이러한 인도주의 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을 보면 사람과 너무 닮은 게 많다. 말까지 하는 인형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인형을 잘 가지고 놀다가도 싫증이 나거나 낡아 해지면 잔혹하게 내버린다. 처참하게 버려지는 인형의 최후를 보며 어린이는 무엇을 생각할까? 인형의 눈물을 아는 사람만이 인형을 가지고 놀아야 할 것이다. 인형, 함부로 만들 일이 아니다. 하물며 복제인간에 있어 서랴!

 

始:처음 시 俑:목우(나무 인형)용  後:뒤 후  乎:어조사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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