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버그만의 우아함, 오드리 햅번의 청순함, 마를린 먼로의 관능이 어우러진 사이버 캐릭터.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선 가능하다.
기술은 조만간 인간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사이버 스타가 탄생한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사이버 배우들이 총출동한 ‘파이널 판타지’나 사이버 가수 아담·디키·류시아, 사이버 배우 유준도 그 믿음에 한 축을 형성했다.
“만약 세계 최고의 여배우가 사이버 인간이었다면? 그리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단지 감독 한 사람이라면?”
이런 기발한 상상이 담긴 ‘시몬’(감독 앤드류 니콜)은 삼류 영화감독 타란스키(알 파치노)가 만든 사이버여배우 시몬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인간세상을 통렬하게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대중이 갈구하며 열망하는 스타는 허구나 판타지라고 해도 대중에게 그것이 별 상관없는 문제라는 다소 시니컬한 주제지만 시몬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괴로워하는 타란스키의 고민은 무겁지 않은 가벼운 터치로 그려졌다.
타인의 인생을 훔쳐보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담은 ‘트루먼쇼’, 유전자혁명으로 운명을 미리 알아버린 미래 인류의 불행을 그린 ‘가타카’ 등에 이은 앤드류 니콜 감독의 문명비판서라고 판단된다. 15세 이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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