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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세 친구

 

 

擧杯邀明月하니 對影成三人이라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고 보니, 그림자도 마주하게 되어 이미 세 사람이 되었구나.

 

이태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달빛 아래서 홀로 마시며)〉의 한 구절이다. 시인 이백은 술과 달을 무척 좋아하였다. 따라서, 그는 달과 술을 소재로 한 시를 유난히 많이 썼다.

 

그 중에서도 이 〈월하독작〉시는 특히 유명하다. 꽃 수풀 속에 술 한 동이를 가져다 놓았건만 함께 마실 친구가 없다. 그래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데 어느 덧 달이 떠올랐다. 달을 향해 술잔을 높이 들어 술을 권하고 보니 금새 달은 좋은 술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 어디 달만 친구이랴! 달이 또 하나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바로 그림자다. 나와 달과 그림자가 한데 어우러져 술을 마신다. 달은 본시 술을 마시지 못하고, 그림자는 그저 내 하는 대로 따라만 다닌다. 허나 이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 달은 내 노래를 듣느라 발길을 멈춘 채 그 자리에 서있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는 나와 더불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먼저 취하여 주정을 하는 법도 없고 술기운을 빌어 남을 헐뜯는 말을 하는 법도 없으며 괜히 강짜를 놓는 법도 없다.

 

이보다 좋은 친구가 세상 어디에 있으랴! 그래서 이백은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채 달과 그림자와 더불어 그렇게 술을 마셨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휘영청 달이 밝으면 진정으로 달과 친구가 되어보자. 그리고 그림자와도 친구가 되어보자. 얼마 만에 가져보는 생각인가? 달과 그림자와 더불어 친구가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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