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日入廚下하여 洗手作羹湯이라 未暗姑食性하여 先遣小姑嘗이라
삼일입주하 세수작갱탕 미암고식성 선견소고상
시집온 지 3일만에 주방에 들어갔어요. 손을 씻고서 국도 끓이고 탕도 끓였어요. 그러나, 시어머님의 식성을 아직 잘 모르는 까닭에 시누이에게 먼저 맛보게 하였어요.
당나라 사람 왕건(王建)이 쓴 〈新嫁娘(신가낭:새 며느리)〉이라는 시이다. 갓 시집온 새댁의 두려운 마음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시이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 시작은 이렇게 어렵고 두려운 것이다.
새봄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 신입 사원의 심정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며 초보운전자의 심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초보'였던 시절이 있다. 자신이 초보였던 그 시절을 생각하여 뒤에 오는 후배 초보자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면 오죽 좋으랴마는 사람은 결코 그렇게 너그러운 존재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자신에게는 초보 시절이 없었던 듯이 행동한다. 심지어는 마치 복수라도 하듯 자신이 초보 시절에 당했던 어려움을 후배에게 고스란히 당하게 하고 오히려 없는 어려움까지 만들어서 후배를 골탕먹이는 사람이 있다.
속이 좁은 못난 사람이다. 새봄, 새롭게 시작하는 일로 인하여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초보자들에게 우리 모두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廚:부엌 주 羹:국 갱 湯:끓을 탕 暗:어둘 암 姑:시어머니 고 遣:보낼 견 嘗:맛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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