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조직위가 올해 개막작을 선정하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국영화를 개막작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운 조직위로서는 개봉되지 않은 한국영화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에서 촬영된 이민용 감독의 '보리울의 여름' 은 개막작을 희망했지만 전주영화제의 이미지를 살려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6인의 시선'은 전주영화제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 프로그래머들은 선정과정에서 갈등과 우려가 많았다고 밝혔지만 '적절한 선택'이란 평가다.
폐막작 '파 프롬 헤븐'도 당초 '아시아독립영화 포럼'중에서 대상작으로 선정한 예년의 방식과는 다른 선택이다.
-개막작 '6인의 시선'
'6인의 시선'은 우리 사회 속에 만연한 다양한 차별문제를 각기 다른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접근한 옴니버스 영화다. 색깔있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여균동 임순례 정재은씨 등 감독 6명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으로 이현승 감독이 제작을 총지휘했다.
박광수는 외모에 대한 편견이 가져올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건을 그린 '얼굴값'을, 박진표는 영어 공화국인 한국사회의 병폐를 꼬집음과 동시에 아동의 인권침해를 고발한 '신비한 영어나라'를, 박찬욱은 외국 노동자의 인권문제에 접근한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를 연출했다.
여균동은 '대륙횡단'을 통해 장애자에 대한 편견을, 임순례는 '그녀의 무게'로 여성에 강요되는 다양한 사회의 편견을, 정재은은 '그 남자의 사정'을 통해 범죄자에 대한 인권문제를 꼬집는다.
-폐막작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 감독 토드 헤인즈의 네번째 작품이다. 더클러스 서크의 50년대 멜로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영화다. 내용은 50년대 헐리우드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지만 형식면에서는 모방의 단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형식미로 승화시킨다.
등장인물의 정서적 힘이 감정이입의 모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구축하는 매개체 처럼 동시에 쓰인다. 바로 멜로드라마이면서도 장르의 부분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구성원리를 재해석하는 패스티쉬 영화의 면모를 보인다.
토드 헤인즈는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도 한 번 소개됐던 감독. 장편 데뷔작품인 '포이즌'은 91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대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세번째 영화이자 전주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한 '벨벳 골드마인'은 98년 깐느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상영돼 특별심사위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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