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之極韻이나 而實粗鄙者는 賣花聲也라
언지극운 이실조비자 매화성야라
지극히(極) 운치(韻)가 있는 듯한 말(言)이면서도(而) 실지로는(實) 거칠고(粗) 천한(鄙) 말(것:者)은 "꽃 사세요"하고 꽃(花)을 파는(賣) 소리(聲:말소리)이다.
청나라 사람 장조(張潮)가 쓴《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꽃을 사고 팔고 또 선물하는 일이 언뜻 보기에는 매우 고상하고 아름다운 일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것처럼 잔인하고 추악한 일이 없다.
그 아름다운 생명인 꽃을 꺾어 들고서 "사라"고 외치다니. 그리고 그 꽃을 사서 병에다 꽂아 두고서 시한부 삶을 살게 하고 심지어는 '드라이 플라워'라는 이름아래 매달아 놓고서 말려 죽이다니.....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난 꽃의 목을 뚝 잘라다 꽃꽂이라는 이름아래 다시 가위로 자르고 철사로 묶어서 수반에 꽂아 시한부 삶을 살게 하는 것, 따지고 보면 정말 잔인한 일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만큼 자연을 인간의 마음대로 부리기도 하고 꺾기도 하고 죽이기도 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인하여 아무 생각 없이 행하고 있는 잔인한 일인 것이다. 그렇게 잔인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 으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꽃은 꺾기 위해서 심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꺾지 말고 그냥 놓아두고 보면 안 되는 것인가? 기어이 실내에다 들여놓으려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사람이 들로 산으로 나가서 꽃을 보면 안 되는 것인가? 예로부터 서양엔 화병이 많았고 동양에는 화분이 많았다. 꽃을 가능한 한 꺾지 않으려는 배려가 동양에서는 화병보다는 화분을 선호하게 한 것이다.
죽이기로 하면 무엇인들 못 죽이랴. 꽃 한 송이를 함부로 꺾는 마음이 전쟁을 '일'로 삼는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之: '言'에 대한 주격조사로 쓰인 어조사 韻:운치 있을 운 粗:거칠 조 鄙:천할 비 賣: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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