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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눈, 꽃, 술, 달과 생각나는 사람

 

 

雪想高士하고 花想美人하며 酒想俠客하고 月想好友라
설상고사     화상미인     주상협객     월상호우

 

눈(雪)은 훌륭한 선비(高士)를 생각하게(想) 하고 꽃(花)은 미인(美人)을 생각하게(想) 하며 술(酒)은 협객(俠客)을 생각하게(想) 하고 달(月)은 좋은 친구(好友)를 생각하게(想) 한다.

 

청나라 사람 장조(張潮)가 쓴《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눈은 만물을 시들게 하고, 속된 세상의 세파와 유혹은 뜻 있는 선비들을 병들게 한다. 그런데, 그런 시련과 세파 속에서도 병들지 않는 선비가 있으니 그런 선비를 일러 우리는 '고사(高士)'라고 한다.

 

그래서, 시련의 상징인 눈을 보면 우리는 온갖 시련을 이겨내는 훌륭한 선비 즉 고사를 생각하게 된다. 미인은 꽃에 비교되곤 한다. 그래서 꽃을 보면 우리는 으레 미인을 연상한다. 한잔의 술은 의기소침했던 마음을 풀어 제법 호기를 부리게 한다. 호기를 부리기로야 협객만 한 사람들이 있겠는가? 그래서, 술을 보면 누구나 호걸스런 협객을 생각하게 된다.

 

"양소의청담, 호월미능침(良宵宜淸談, 皓月未能寢)!" 이백의 시구(詩句)이다. "이 좋은 밤은 마땅히 친구들과 청담을 나누어야 하리, 하얗게 밝은 달이 잠 못 들게 하는데..."라는 뜻이다. 친구와 나누는 달밤의 정담! 아름다운 일이다. 그래서 달은 친구를 생각하게 한다.

 

자연을 보면서 이렇게 거기에 걸 맞는 사람을 생각하고 술을 한 잔 들면서도 호걸스런 협객을 그리는 삶은 얼마나 여유가 있고 운치가 있는가? 눈이 오면 운전 걱정, 꽃을 보면 결혼식이나 졸업식 생각, 술을 보면 으레 질펀하게 놀아볼 생각만 하고, 달은 아예 쳐다볼 겨를도 없이 사는 현대인. 사막에서 살고 있다. 스스로 탈출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雪:눈 설  想:생각할 상  酒:술 주  俠:호협할 협  客:손님 객  友:벗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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