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규 시인(58·전주예총 회장)이 네 번째 시집 '구시포 노랑 모시조개'(문학동네)를 펴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2000) 이후 3년만에 선보인 작품집. 일상 속에서 평소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기 십상인 '자연'에 대해 따뜻한 시선과 애정을 보내는 그의 미덕은 여전하다.
이전의 작품들이 자연의 느낌을 내면화해 시상(詩想)으로 옮겨냈다면 이번에는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나무와 별들과 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낸 것이 특징.
그의 '자연'은 하나의 정물처럼 편안한 모습들로 그대로 앉아서 신선하면서도 경이로운 생명의 소리를 속삭인다. 시어들이 노랫말 처럼 쉬운데다 운율도 경쾌해, 행과 행의 흐름에 눈을 맡기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시나브로 얻게 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제 시를 통해 독자들이 새싹을 관찰하고 피어나는꽃봉오리를 들여다보며 자연과 하나가 됐으면 합니다.”
자연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낸 그는 많은 사람들이 소박한 자아를 발견하고, 평화와 행복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자연'은 매주 한차례 이상 찾는 고향에서 차용한 이미지다. '청솔바람 휘감아'오는 '금모래밭'과 발자국 마다 돋아나는 '꽃무릇'이 지천인 고창 상하. 도회의 빛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의 정취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셈이다.
"고향에 대한 애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는 그가 수구초심(首邱初心)을 담아 그린 모양성과 구시포, 송림산, 소금밭 등은 눈에 선할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정겨움을 더한다.
전북대 국문과와 전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78년 '시와의식'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꿈에 쫓기며'와 '민들레야 민들레야'등이 있으며 시극 '일어서는 돌'과 산문집 '바람에다 물감을 풀어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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