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35개국 170개. 그 중 124편이 해외 제작영화다. 그 많은 외국작품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전주의 관객을 만날까.
상영작이 결정되면 필름아카이브·배급처·제작사 등 판권소유자에 연락을 취해 프린트 제작과 수급방법 등에 대한 협상이 먼저 시작된다.
프린트의 사전적 정의는 '영화의 필름 인화기'. 그러나 영화제 현장에서는 초청된 작품의 필름을 발송·통관·반환하는 필름 수급업무 전반을 이른다.
추진하는 방법도 관심사. 프린트 업무를 담당하는 박경남씨(31)는 "중국·홍콩·일본·이란 등 시간대가 비슷한 지역은 전화를, 미국과 남미·유럽권은 이메일을 이용해 업무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영화제를 거쳐서 들어오는 영화라면 해당영화제 담당자와 다시 스케줄 및 비용 조정을 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는 '웰컴 투 데스티네이션 상하이'(로테르담영화제) '살로메''퓨리파이드''치킨 포에츠'(홍콩영화제) '가브리엘 오로즈코''66개의 미국 풍경'(상파울로영화제)를 비롯해 14개 작품이 영화제를 경유했다.
필름을 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도 적지 않다. 올해는 브라질 감독 글라우버 로샤의 필름 찾기가 회자된다. 제작시기가 오래된 그의 영화는 상영이 가능한 필름을 찾는데만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겨우 찾아낸 히든카드는 브라질대사관. 한국·이탈리아·美마이애미에 있는 대사관의 협조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 필름을 얻을 수 있었다.
'트릴로지 I·II·III'은 전주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상영되면서 프랑스 배급사가 전주 관객을 위해 새로운 영어판 프린트를 제작해 주기도 했다.
프린트가 발송되고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지속적으로 추적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때 추적이 끊기거나 담당업체와 연락이 두절되면 낭패. 특히 영화제가 끝나면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주와 개최시기가 비슷한 싱가폴·부에노스아이레스·살레르노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아사쿠사 키드''한쪽 날개로 날다''텐''소녀'가 애를 태웠다.
항공화물로 운송되면, 관세사를 통해 업무가 진행된다. 통관업무에 필요한 비용은 작품당 대략 7만원 선. 요즘은 커리어(DHL 등)에서 통관 업무(세관에 규격·길이 등을 신고)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필름통관은 크게 어렵진 않다.
프린트 한 벌당 무게는 20~25킬로 정도. 35mm장편(100분 기준)은 5~6개의 필름 통에 담겨 온다. 사무국 기술팀이 인계를 받으면 필름의 이상유무를 확인한 후 프린트의 훼손 상태에 따라 자막작업을 시작한다. 상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이 심각한 작품은 도로아미타불. 최소 보름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리는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영사사고로 필름을 훼손하면 전액 보상이 원칙이지만, 대개의 경우, 손상 정도에 따라 최소한 해당 릴을 다시 편성할 수 있는 금액(프린트를 한 벌 뜰 때 2~3백만원 정도)으로 대신한다. 훼손 부분은 프린트 출처에서 수리하고 영화제에 보상비를 청구한다. 이때 담당자는 사과 메일을 보내는 것이 주요업무다.
이젠 영화를 보다가 필름 롤이 엉켰다고 해서 소리부터 지르진 말자. 멀고먼 여행길에 지칠 법도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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