微軀所饌能多少길래 一獵歸來滿後車오?
미구소찬능다소 일렵귀래만후거
그 작은 몸으로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한번 사냥 나가면 수레가 가득 찬 연후에야 돌아온단 말이냐?
명나라 때의 시인 양만리(楊萬里)가 쓴 〈관의(觀蟻:개미를 보며)〉라는 시의 끝 두 구절이다. 시인의 눈은 역시 남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시구(詩句)이다. 우리는 흔히 개미를 성실한 동물로만 알고 있으며 특히 〈베짱이와 개미〉라는 이솝우화로 인하여 개미를 일방적으로 칭찬만 해 왔다.
그런데, 양만리의 이 시를 보면 개미는 무모하리 만치 욕심이 많은 동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절약 저축은 물론 더 말할 나위 없는 미덕이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자기 것 챙기기'는 결코 절약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그것은 엄청난 낭비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개미에 대한 양만리의 이 묘사를 통해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식당에 가면 차려 놓은 기본 반찬이 이미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바쁜 종업원을 몇 차례씩 불러가며 이것저것 더 좀 가져오라고 호통을 친다. 그러나 식사를 마칠 때 보면 그렇게 가져다 놓은 반찬들을 손도 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나 큰 낭비인가? 개인이나 단체나 지자체나 다들 '일단 내 몫으로 가져다 놓기'에 너무 열중인 것 같다. 내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경우가 있다. 우선 챙기고 보자는 욕심에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가져다가 쌓아 둠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겠다.
微:적을 미 軀:몸 구 所:바 소 饌:반찬 찬 獵:사냥할 렵 歸:돌아갈 귀 滿:가득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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