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물체나 풍경 등을 오롯이 담아내는 실사(實寫)예술이지만 피사체 이면에 담긴 의미를 표현하기도 한다. '개발에 묻힌 소외'와 '지는 꽃 속에 담긴 기다림의 미학'을 카메라 앵글에 각각 담아 전하는 사진전이 나란히 열리고 있다.
19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주대 윤성중 교수(47·예체능영상학부 사진전공)의 '교동'전과 사진작가 유성수씨(51)의 '회향 그리고 기다림…청하에서'.
윤 교수가 '한옥마을'로 불리우는 전주시 교동의 재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면, 유씨는 시든 연꽃과 연밥을 통해 윤회(輪廻)하는 인간의 삶을 비유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개발의 그늘에 가려진 소외
윤교수의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교동의 모습은 '쓸쓸'하다. 한옥의 고즈넉함이나 정감은 없다. 다만 개발의 미명 아래 밀려나는 소외된 자의 슬픔과 고통만 있을 뿐이다.
'아파트'를 주제로 무분별한 개발로 황폐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줬던 지난해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관광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한옥마을 개발 및 보존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다른 한켠으로 밀려나야 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았다. 화려함 속에는 항상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지난 4년 동안 교동 골몰길을 누비며 담아낸 작품은 모두 23점. 포크레인에 철거된 현장, 벌거숭이가 된 언덕을 외로이 지키고 있는 대나무, 그리고 사라진 집을 안타까워하는 노인의 쓸쓸한 뒷모습….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새로 들어서는 교동의 '어제와 오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세계다.
월간 사진 초대작가를 지낸 그는 전주대 예체능영상학부에서 늦깎이로 사진을 전공했으며 현재 다큐멘터리 사진에 몰두하고 있다.
-디지털에 담은 연꽃의 생로병사
유씨의 백련 사진전은 이번이 세번째. 지난 2001년부터 김제 청하면 하소백련지에서 찍은 작품들이다.
이전의 작품들이 하얀 연꽃의 화려한 자태를 담아냈다면 올해에는 백련의 생로병사 가운데 '죽음'에 해당하는, 시든 꽃의 모습과 연밥을 화면에 가득 넣었다.
"연꽃의 화려함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초록색에서 흙색으로 변하는 과방(果房)이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꽃이 지고 연밥이 영글어야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다”
연꽃의 생로병사가 인간의 삶과 똑 닮았다는 유씨는 뜨거운 햋빛에 영글어가는 연밥과 그 주위의 곤충을 놓치지 않고 오롯이 담아냈다.
디지털 카메라가 지닌 미학을 한껏 뿜어내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빔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섯 대의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한 여름 땡볕과 싸움하며 얻은 작품 70여점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또 19일부터 26일까지 연꽃을 그린 일러스트 작품을 디지털 사진과 함께 전시,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앙대 첨단영상전문대학원에서 디지털영상학 박사를 수료했으며, 한국사진작가협회와 한국멀티미디어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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