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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땅과 사람들] '소리 한대목'즐기는 문화 조성

판소리 교육기관

 

해외에 가장 많이 알려진 우리 전통예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판소리다.
1인 예술로 친다면 판소리만큼 긴 수련 과정을 거치고 예술성이 축적된 장르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7시간이 걸리는 완창 판소리의 음절 하나, 작은 손짓 하나까지 철저히 계산되고 억양부터 표정까지 전부 수백년의 고증, 스승과 제자의 면대면 학습에 의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소리로 일가를 이룬 스승과 제자처럼 일부에 의해 면면히 내려온 판소리의 대중화는 국악계의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알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 왔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전주와 전북에서 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소리의 맥을 잇고 재창조한 명창들이 수두룩하기도 하지만 판소리를 예술로 사랑하고 '귀명창'이 많은, 이를테면 소리를 생활 속에서 즐기는 문화가 체화된 덕분이다.

명창과 명창을 잇는 판소리 도제식 교육과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판소리를 알리는 역할은 도내 관립국악단체가 선두주자다.
전북도립국악원과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 남원시립국악단, 그리고 고창 동리국악당 등이다.

 

판소리 대중화의 첨병, 도립국악원

 

도립국악원의 국악연수는 전북 국악 교육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86년 설립, 국악교육의 첫 발을 내딛을 때까지 도내 국악교육은 '국악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로 미흡했다. 도립국악원 설립은 곧 국악 보급을 위한 연수장 확보 차원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창립 첫 해인 86년부터 지금까지 도립국악원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나간 강습생은 모두 8천여명. 처음엔 강습생이 70명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급증, 올해만도 연인원 5백여명이 국악원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도립국악원 국악연수의 가장 큰 특징은 명창 배출보다는 어린이의 숨은 재능 발굴과 성인들이 우리 소리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있다.
도립국악원은 현재 기초, 연구, 전문반 과정으로 세분화해 판소리 1반과 2반, 그리고 고수반 등 3개반을 주·야간으로 가르치고 있다. 기초반은 쑥대머리 등 단가 위주로 6개월 동안 판소리의 맛을 알게 되고, 연구반과 전문반은 판소리 다섯바탕을 섭렵하게 된다. 이 과정을 마치기까지는 최소한 5∼6년 정도 소요된다.

판소리 강습을 진행한 교수들도 내로라하는 명창들이다. 초창기에는 홍정택 이일주 명창이 판소리 저변확대에 힘을 모았고, 고법 명인 이성근씨와 최승희 명창도 도립국악원에서 판소리 교수로 활동했다. 지금은 이순단 명창을 비롯해 김미정 모보경 김연씨가 교수부에 몸을 담고 있다.

6년째 판소리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순단 명창은 "도민들이 판소리에 대한 귀가 트이고 한대목 들으면서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국악원의 활동이 밑바탕 됐다고 할 수 있다”면서 국악원 강습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중머리'장단 하나는 칠줄 알고 판소리 한대목씩은 뽑아낼 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남원의 판소리 전통을 잇는다

 

동편제의 고향, 남원에서의 국악교육도 뿌리가 깊다. 국립민속국악원과 남원시립국악단에서 현재 전개하고 있는 판소리 강습은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악교육을 목적으로 설립한 남원시립국악원이 그 뿌리. 남원시립국악원은 故 강도근 명창을 중심으로 판소리 교육에 나섰고, 현재 남원 판소리의 지킴이로 성장한 소리꾼 20∼30명이 발굴됐다. 판소리 명창으로 이름을 날리는 전인삼·김명자 명창도 시립국악원이 배출한 소리꾼이다.

93년에는 남원시립국악원이 문을 닫고 국립민속국악원이 설립되면서 한동안 판소리 강습이 사라졌지만 지난 98년, 판소리 동호인들의 열망으로 부활됐다. 연주단을 중심으로 공연활동을 전개하던 민속국악원이 남원시민을 위해 교육사업을 시작한 것. 이때부터 지금까지 일반인과 청소년 등 6백70명이 민속국악원의 강습을 받았다.

신승섭 장악계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습생들이 줄어들어 현재는 교사연수와 방학맞이 청소년 국악교육 등 기획 강습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원시립국악단도 지난해부터 국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남원 판소리의 맥을 이어가는데 힘을 쏟고 있다. 남원시립국악단과 민속국악원은 판소리를 전공한 단원들을 '판소리 알림이'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라도의 땅과 가락을 지키고 있는 이들 국악단체가 활발한 공연활동과 함께 교육을 통한 국악대중화에 앞장서고 있기에 전북에서 판소리가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 들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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