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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뉴저먼 시네마 기수, 獨 빔 벤더스 감독 영화 상영회

 

 

가슴 깊숙한 곳을 울리는 시적인 영상. 독일 감독 빔 벤더스(58)의 영화가 그렇다.

 

기존 가치관과 질서로부터 단절된 인물들의 끝없는 방황을 추적하는 그의 영화는 공허·황량·폐허·소외 등 지극히 염세적이고 건조한 것들이다. 자연광선을 그대로 살린 자연조명과 색채보다 흑백을 선호하는 성향은 희망이나 밝은 측면보다 침울하고 어두운 면에 집중하는 그의 영화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7일부터 10일까지 전주 아중문화의 집에서 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예술영화 관람이 쉽지 않은 이 지역에서 흔치 않은, '호기'다. 서울시네마테크와 독일문화원의 공동 주최로 서울·대전·광주·전주·부산·대구 등 여섯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 '빔 벤더스 걸작선'. 전주는 온고을영화터(대표 장영목·34)가 주관이 돼 이번 행사를 맡았다.

 

빔 벤더스는 베르너 헤어조크·폴커 슐렌도르프·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과 함께 1970년대 독일 뉴 저먼 시네마 운동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감독.
로드 무비라는 형식을 애용했던 그는 인류학의 시선으로 인간의 소외와 고독, 혼돈 등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 위에 펼쳐 보였다.

 

전주에서 상영되는 그의 영화는 모두 여덟편.

 

로드무비 3부작은 아니지만, 그가 존경을 바쳤던 두 감독(니콜라스 레이와 오즈 야스지로)에 대해 오마쥬로 제작한 '물위의 번개'(1980)와 '도쿄-가'(1985)는 아름다운 영상이 그대로 살아난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적 요소가 섞여있는 이 작품은 자신의 삶과 경력을 반추하는 감독의 초상이면서 죽음에 대한 에세이, 예술의 도덕적·치유적 가치에 대한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미국 여성 추리작가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리플리의 게임'이 원작인 '미국인 친구'(1977)는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스릴러. '뉴 저먼 시네마'와 할리우드 영화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와 옷에 대한 노트'(1989)는 패션을 소재로 한 일종의 에세이다.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한 '리스본 스토리'(1994)는 사운드의 잠재력과 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이미 떠나고 없는 것들에 대한 상실을 묘사하고 있는 것도 엿보인다. 여자들이 떠나버린 남성, 확실성이 떠나버린 불확실성, 역사가 떠나버린 현실 등.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원작으로 한 '빗나간 행동'(1974)은 도시를 떠다니는 카메라를 통해 유럽에 침투한 아메리칸 컬처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소통의 단절 속에서 소외와 고독을 체험하는 인물들은 뿌리를 상실한 독일인들의 정체성과 중첩된다.

 

그를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했던 '파리, 텍사스'(1984)는 가족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로드 무비다. '파리'와 '텍사스'라는 이름의 충돌음을 통해 유럽과 미국대륙의 근원적인 본질을 중층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칸 영화제 감독상·몬트리올 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베를린 천사의 시'(1987)도 수많은 매니아를 낳은 작품이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베를린. 그곳에 내려온 두 천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의 이야기다.

 

벤더스 감독은 1976년 독일문화원의 초청과 제5회 부산영화제의 초청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제 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1998)을 선보였고, 올해 상영작 '기묘 한 동거 1/2'의 제작자로 한층 더 친숙해졌다.
상영료는 편당 4,000원이며 현장에서만 판매된다. 문의 063)231-9163 http://ter95.co.kr (온고을영화터)

 

□ 상영일정표

 

            7일(월) / 8일(화) / 9일(수) / 10일(목)
11시  /  빗나간 동작 / 도시와 옷에 놓인 공책 / 도쿄-가 / 파리, 텍사스
1시 30분  /  리스본 스토리 / 물위의 번개 / 도시와 옷에 놓인 공책 / 베를린 천사의 시
4시  /  물위의 번개 / 도쿄-가 / 미국인 친구 / 파리, 텍사스
7시  /  미국인 친구 / 리스본 스토리 / 빗나간 동작 / 베를린 천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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