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리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도다'
여류시인 이매창이 남긴 시 한수. 신분타파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한 생애를 음악과 문학으로 달래다 서른 여덟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아름다웠던 한 여성의 삶은 이 시 한편으로 더욱 애절하다.
부안출신의 여류시인 이매창의 문학세계와 삶을 기리는 음악회가 열린다.
전주국악실내악단(지휘 심인택)이 24회 정기연주회로 기획한 무대다. 11일 오후 7시 부안문화예술회관에 열리는 국악 칸타타 '매창 뜸에 이화우 흩날릴 제'.
지역의 역사와 문화로부터 음악적 소재를 발굴해 창작해온 전주국악실내악단의 또하나 새로운 결실이다.
기생 신분이었지만 시와 가무에 빼어났던 매창은 부안 출신. 조선시대 여류시인으로 꼽혔던 그는 거문고 연주에 탁월한 기예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그가 발휘했던 예술적 역량은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뒤늦게 시작된 그의 생애와 예술 조명 사업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무대 예술로 형상화되는 매창의 삶과 예술은 작고 예술인 조명사업의 새로운 전례로 꼽힐만하다.
전주국악실내악단의 작업이 주목을 모으고 있는 것도 그 때문. 10년 가까운 동안 전북지역의 음악적 소재를 찾아 오늘에 맞는 감각으로 창작하는 작업을 이어오면서 '전주 8경', '춘향이를 위한 가곡과 실내악' '전북의 산을 주제로 한 신 백제가요' '전라도 아리랑' '전라도의 강' 등 기록으로 혹은 무형의 자산으로 남아 있는 역사문화적 흔적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결실을 남겼다. 대부분이 다양한 형식으로 이어낸 대작들.
이번 작품 역시 칸타타의 형식을 빌려 매창이 남긴 한시 50여편을 판소리와 판소리 합창으로 작곡한 대작이다. 서곡과 마지막곡인 '이화우 흩날릴제'와 주제 있는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악칸타타는 독창과 중창 합창 등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형식의 성악곡인 서양의 칸타타 특징을 판소리로 새롭게 구성한 독창적인 양식. 판소리의 치열함이 더해진 음악적 특색을 살린 국악 현대화의 새로운 틀로 시도되고 있다.
노랫말이 된 매창의 시의 처연함과 서정적 아름다움이 청중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이 곡은 국악 작곡가 김선씨(전주시립국악단 단원)가 만들었으며 젊은 소리꾼 방수미(국립민속국악원 단원) 김민영(전주시립국악단 단원) 최영인(전 전주시립국악단 단원)씨가 매창역을, 김경호씨(전북도립창극단 단원)가 촌은역을 맡아 열연한다. 전주시립국악단 무용부 단원인 박수량 최재희씨가 출연.
"시와 음악을 겸비했던 예술인이 우리 음악사와 문학사에서 왜 비켜 서있어야 했는가 안타까웠다"는 심인택교수는 "매창의 시를 음악으로 형상화하면서 새삼 그의 예술세계를 주목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주국악실내악단의 이번 국악칸타타 연주에는 열다섯명 안팎의 기존 단원 외에 14명 연주자들이 객원으로 참여하며 15명 판소리 전공자들이 판소리 합창단으로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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