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맛있다”
9일 오후 4시 전주예술고등학교 방송연예과 3학년 학생들의 연습실. 10일 오후 4시와 7시 전북예술회관에 올리는 졸업작품 '유리 가면'(지도교사 조민철)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관객 출연에 긴장한 듯 대사를 잊거나 우왕좌왕이다.
이해될법한 상황이지만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동료들의 큰소리가 가뜩이나 주눅든 친구에게 주근깨처럼 떨어진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시간. "그래 우리들의 본모습을 보여주자”. 한 친구의 제안에 연습실 안, 끼넘치는 고 3생들의 눈이 초롱초롱 해진다.
'유리가면'은 프랑스 소설을 1976년 일본 만화가 스스에 미우치가 개작한 작품. 소재는 현대판 신데렐라 신드롬이다. 언제든 깨질 수 있는 허영심을 의미하는 유리가면은 식당 배달부 소녀가 연극계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고통과 기쁨, 라이벌과의 경쟁을 그리고 있다.
지도교사 조민철씨는 연극배우들의 지침서처럼 읽혀지는 이 작품을 "가수·영화배우·연극인 등 연기자를 꿈꾸는 예술고 학생들에게 가장 알맞다”고 소개했다.
학생들도 "처음 대본을 받고 내용이 재미있는 탓에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무대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새내기 배우들이 뽑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은 천부적인 연기력을 지닌 식당집 딸 오유경(김진영 분)과 연극인 부모의 후광을 업고 연극계의 스타가 되려는 신유미(백소영 분)의 갈등. 특히 헬렌 켈러의 전기를 다룬 '기적의 사람들' 여주인공 역을 두고 대립하는 부분은 주목해서 봐야 한다며 제법 격에 맞는 조언을 했다.
학교에서 '카리스마'로 통하는 승규의 망가지는 모습과 연습 때마다 새로운 에드립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대연이의 변신도 눈길을 모을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졸업작품을 위해 호흡을 맞춘 기간은 4개월. 학기초'블루사이공'을 연습하다 여학생들이 늘어난 탓에 얼마 전에서야 '유리가면'으로 작품을 바꿨다. 그래서 이 작품의 연습은 1개월 남짓이다. 하지만 "실전에 강한 만큼 기억에 남는 무대를 만들수 있다”고 장담한다.
서정학·이한별처럼 이미 전주시립극단과 인연을 맺었거나 청소년 극단 '예린'에 소속된 세미 프로배우들이 적지 않아 실전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이 무대에는 김국화 김세나 김준호 김진영 김설희 박리라 박승규 백소영 서정학 이동찬 이정선 이한별 원대연 지유미 한상욱 홍정자 등 16명이 무대에 선다.
다음 날인 11일은 1학년 후배들의 무대. 작품은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와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한 이만희씨의 '탑과 그림자'(지도교사 윤진영). 입시공부와 성적으로 끊임없이 압박해 오는 부모 때문에 정신 강박에 시달리다 정신병원을 찾게 된 아이와 한 공처가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교시절 마지막 작품을 올리는 새내기 배우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해보라고 하니 이렇게 외친다. "전주예고를 사랑해 주세요.”
아이들의 눈동자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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