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마음에 악(惡)이 없으면 승냥이나 호랑이의 무리가운데 있어도 또한 내 몸 세울 곳은 있으리라.
但敎方寸無諸惡이면 狼虎叢中也立身이라
단교방촌무제악 랑호총중야입신
중국 오대(五代) 때의 인물인 풍도(馮道)라는 사람이 쓴〈우작(偶作)〉이라는 시의 두 구절이다. 자신에 대한 의혹에 맞서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불과 며칠 후에는 수갑을 차고 교도소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정말 불쌍한 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곤 한다.
서로 '나는 깨끗하다'고 주장하다가 결국은 둘 다 교도소로 가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이렇게 세상이 험하다 보니 집안 어른들이 자꾸만 이르신다. "요즈음 섭세(涉世:세상 살이)가 정말 쉽지 않으니 웬만하면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말조심, 행동 조심 매사를 다 조심하라"고.
정말 조심스럽게 살아야 할 세상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방해했다커니 안했다커니, 돈을 받았다커니 안 받았다커니..... 시비가 분명치 않아 서로 물고 싸우는 일이 주위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분명히 합의한 내용도 슬그머니 파기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작태들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내 마음에 티가 없으면 두려울 게 무엇이겠는가? 승냥이나 호랑이와 같은 무리 속에 섞여 있다고 한들 내 발붙일 곳이 없겠는가?
다 내가 할 탓이다.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마음에 티가 없이 살아야 한다. 어지러움에 편승하여 슬쩍 이익을 챙기려다가 평생을 망치는 길로 들어서게 되니 말이다.
但:단지 단 敎:하여금 교 ※方寸:마음 諸:여러 제 狼:이리(승냥이) 랑 虎:범 호 叢:무더기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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