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센바람 앞에서라야 굳센 풀을 알아볼 수 있고, 판세가 어지러운 터라야 성실한 신하를 알 수 있다.
疾風에 知勁草하고 板蕩에 識誠臣이라
질풍 지경초 판탕 식성신
당(唐)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쓴〈사소우(賜蕭瑀)〉라는 글에 보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벼이삭이 막 패려고 할 때에 태풍이 한번씩 지나가면서 많은 벼를 쓰러뜨리곤 하는데 이 때에 쓰러지는 벼들을 보면 그 벼들의 생장상태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거름을 골고루 섭취하여 건강하고 강한 벼는 잘 쓰러지지 않는다. 반면에, 거름을 고루 주지 않고 질소 비료만 너무 많이 뿌려서 줄기와 잎이 웃자란 벼는 거의 대부분 쓰러지고 만다. 강한 바람 앞에서 벼나 풀들의 건강상태가 그대로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평상시에 어려운 일이 없을 때에는 뭐든지 다 잘 할 듯이 떠들어대다가도 막상 일이 터지고 나면 꽁무니를 빼기에 바쁜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평상시에는 말이 없다가도 정말 해야할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에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위험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어려움 앞에서야 비로소 사람의 본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일 앞에서 꽁무니를 빼는 사람을 일러 우리는 '속 보인다'는 말을 쓴다. 한번 속을 보이고 나면 이미 내보인 그 속을 다시 감출 수는 없다. 그 길로 그에게는 '○○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낙인이 찍힌 사람이 다시 어떻게 떳떳해 질 수 있겠는가? 위기 앞에서 성실하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疾:빠를 질 勁:굳셀 경 板:판 판 蕩:움직일 탕 ※板蕩:나라가 어지러움 識:알 식 誠:진실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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