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당황스럽다. 큰 덩어리가 놓여진 사이로 특별한 장치 없이 놓여진 작은 덩어리. 그리고 벽위에 매달리거는 붙어있는 또다른 덩어리까지. 화이트 계열의 단색 주조에 소재도 형식도단조롭다. 이쯤되면 작가의 의도 또한 단선적으로 명쾌하게 읽혀져야 한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의외의 지점에 있다."나의 삶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꺠우치는 상징적 메시지에요. 어느날 우연히 발견한 껌의 존재. 사회성도 없고,쉽게 변절당하고, 그래서 상처받는 내모습과 참 많이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솔직한 자아 성찰이다.
새내기 조작가 최수경(24)의 첫 개인전이 20일부터 30일까지 전주 서신갤러이에서 열리고 있다. 졸업(전북대)을 앞둔 지낸해 11월, 서신갤러리가 공모한 '젊은 시각'에 선정되어 초대된 자리다. 그만큼 기쁨도 컸을 터지만 '특별한 기교도 특별한 재료도 쓰지 않은 단순한 작업'으로 연 첫 전시회에 그는 '작가로서의 데뷔'라는 부담을 갖고 있지 않았다.
"무엇을 담을것인가의 문제나 형식에 대한 탐색은 창작을 위해 늘 안아야 할 과제니까요" 그러나 정작 판을 벌여놓고 난 다음부터 그에 안겨진 부담을 적지 않았다.
"껌이라는 소재가 그렇게 특별한 관심을 모으게 될 줄 몰랐어요. 현재의 작업을 놓고 그 다음 진전될 작업에 대한 고민을 안아야 한다는 것, 부담이 크네요"
첫 개인전 주제는 '가(可) 변(變) 성(性)'이다.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난 성질'이란 뜻이라고 소개했다. 작가의 의도는 이 대목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질겅 질겅 씹다가 단물 빠지면 뱉어버리는 '껌'은 물질 만능의 시대에 벌어지는 온갑 치부를 상징하는 형상이다. '버려진 자아'의 의식이 맞닿아 있는 사적 경험은 '껌'의 존재를 작가 자신과 일치 시키는 바람이다.
석고위에 아크릴 물감의 채색이 전부인 형식적 단조로움은 '껌'의 형상 그 자체로서 재현 의미에 한정되어 있지만 상징적 메시지는 명료하게 전달된다. 작가는 '흔하고 가볍고 쓸모없는 존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내면의 성찰로부터 출발한 자신의 언어를 이제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시키고 싶다는 새내기 조각가의 확실한 '데뷔', 그 이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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