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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체코만화연극'에피소드 IN 블랙라이트'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일으켰다.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라하의 무대예술과 극작가가 국가의 수장(바츨라프 하벨)이 된 나라의 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프라하에서만 볼 수 있다는 꼭두각시 인형극 '돈 지오바니'의 한 장면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체코만화연극 '에피소드 IN 블랙라이트'의 마지막 공연이 있던 지난 달 31일 오후 6시. 올 여름 내내 분주했던 공연장과 달리 관객은 배우들에 민망할 만큼의 숫자였다.

 

공연은 내내 어두웠다. 꽤 오랜 어둠과 정적, 눈 시림…. 어둠 속에서 블랙라이트라는 특수조명을 통해 반사되는 형광물질(형광안료를 바른 배우·캐릭터·소품·의상)로 펼치는 공연이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화적 상상력으로 전 유럽을 열광시켰다'는 이들은 2백여명 남짓한 전주의 어린이들을 광적으로 흥분시키진 못했다. 어른들도 어정쩡한 예의만 차리고 있었다. 원인은 성(性)문화 차이였다.

 

신이 아담과 이브를 만드는 장면. 새의 알로 남성의 고환을 만들고, 결국 알이 부화해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장면과 남성의 갈비뼈를 꺼내 음악을 연주하는 엽기는 피식 웃음이 나올 법도 했지만, 그저 우세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지난해 8월 배우 서주희가 바로 옆 무대에 올린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통해 여성의 성기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해도, 갈매기를 붙잡아 여성의 가슴을 붙이고, 'V'자 모양의 화살표 끝부분을 떼어내 여성의 성기를 만드는 기막힌 상상력은 잔기침을 나게 했다. 특히 형광선을 이용해 만든 여성인형들이 풍만한 가슴을 출렁거리며 춤추는 장면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듬성듬성 빈자리가 있었고 박수마저 썰렁했던 관객들에게 서운할 만도 했지만 8명의 배우들은 꽤 인상적인 커팅콜을 보여줬다. 관객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고, 극의 몇 장면을 재연하며 사물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숨김없이 들어내 관객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게다가 아이들을 무대로 불러내 직접 시연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신기했던 어둠 속 세상은 "알고 보니 별 것 아니었더라…” 싶지만, 객석에 예의를 잃지 않는 참 예술인의 마음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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