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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뜨락음악회, 나팔꽃 전주 무대

 

'좋은 시에 노래가 흐르고 좋은 노래에 시가 숨어 있다'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시인과 가수들이 운치있는 가을무대를 선사한다. 우리 시와 노래의 만남을 꿈꾸는 시노래모임 '나팔꽃'의 전주연주회. 월간 문화예술전문지 '문화저널'이 창간 16주년을 기념해 여는 '가을날의 뜨락음악회'가 초대한 무대다. (10일 오후 7시 국립전주박물관)

 

'원래 한 몸에서 출발한 시와 노래를 다시 하나로 연결시켜 보자'며 1999년 봄에 만들어진 '나팔꽃'은 '왕나팔' 김용택 시인을 비롯해 정호승·도종환·안도현·유종화 시인과 작곡가이자 가수들인 백창우·김원중·김현성·배경희·류형선·홍순관·이지상·이수진·안치환 등 '실력파'들이 함께 한다.

 

'잘 만난' 시노래로 시가 시집 밖으로 걸어 나오고 노래가 좀 더 깊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팔꽃'의 씨앗. 이들은 '작게 낮게 느리게'를 내세웠다. 세칭 잘 나가는 사람들의 방식과는 정반대다. 시에는 리듬을, 노래에는 서정성을 회복시켜 줌으로써 따뜻한 감동을 주는 것이 이들이 함께 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팔꽃'은 독자로부터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시를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친근감을 갖게 해줄 것인지 고심해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해법 중 하나다.

 

이들이 부르는 '시노래'는 자연과의 조화, 천천히 돌아보는 세상과 나,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는 마음, 아이들의 웃음소리, 느린 평화와 조촐한 행복이 가득 담겨 있다.

 

이날 뜨락음악회에서는 임실의 낮은 산들과 작은 굽이로 돌아가는 강을 닮은 시인 김용택, 한이 어리듯 아름다운 살풀이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시인 박남준, 전래·창작동요를 음반과 책으로 내고 있는 시인이자 가수·작곡가인 백창우, 광주항쟁의 이름으로 열리는 공연에서는 언제나 맨 앞에 서 있는 가수 김원중, 노래하는 사회주의자 홍순관, 이 시대에 드문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수진씨 등이 함께 한다.

 

1997년 '국악과 실내악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첫 발을 내디딘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는 흉흉한 세상, 노래가 된 시와 시가 된 노래들이 한데 어울려 지친 마음을 어르고 삶의 온기를 되살리는 무대.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의 후원과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이 무대는 희망과 고통, 사랑과 어려움을 함께 나눠 보듬는 의미가 살갑게 다가온다. 회를 거듭하면서 국악과 클래식의 접목, 팝과 클래식의 조화, 재즈의 선율, 등 다양한 형태의 방향성을 모색하며 생활 속 공연문화의 정체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무대를 주관하는 마당의 김승민 실장은 "뜨락음악회는 생활문화의 정착이라는 의의에서 출발했다”며 "정장한 사람들만이 폐쇄된 공간에서 향유하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가족의 손잡고, 슬리퍼를 신었지만 편안한 옷차림으로, 생활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참 의미를 되찾아 가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시의 정신과 노래의 몸이, 시의 몸과 노래의 정신이 만나 하나가 되고, 그런 시와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때로 힘차게 때론 조용히 혹은 뜨겁게 울려 퍼지는 '좋은 시'와 '좋은 노래'가 그득한 세상.

 

가을 바람이 굳이 등을 떠밀지 않더라도 국립전주박물관 뜨락으로 슬쩍 발걸음을 옮겨보자. 문의 063)273-4823∼4 /기자 t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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