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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가든과 파크

 

인간은 의식주를 떠나서 살 수 없다. 세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먹는 것은 성욕과 함께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능을 충족하기 위함인지 주변에서 가든이나 파크라는 간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보면 “금수강산이라고 하더니 한국에는 정원이나 공원이 참 많구나”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가든에는 향기로운 꽃 대신에 거대한 음식점을 꾸며놓았고 파크에는 나무가 잘 가꾸어진 공원이 아니라 불륜을 조장하는 여관을 지어놓았다. 위장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기가 맑고 경치가 아름다운 명승지일수록 더 잘 가꾸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쉴 수 있도록 보존하려는 노력보다 어떻게 하면 음식점이나 모텔을 지을까? 를 먼저 생각한다. 경관이 좋은 산과 강변은 물론 바닷가나 계곡까지 빼곡이 들어선 음식점과 여관들을 보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되기 일수다.

 

외국여행을 많이 하지 않아서 단정은 못하겠으나 서유럽이나 동남아 몇 개국을 돌아보았을 때 우리나라처럼 음식점이나 모텔이 도처에 깔려 있지는 않았다. 런던의 유명한 「하이든 파크」에는 벤치마저 없었다. 휴식을 취하러 나온 사람들은 돗자리를 가지고 나와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걷어 가기 때문이다. 물론 동서양의 문화가 다른데서 오는 원인도 있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즐기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양평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천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함박눈이 쏟아져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눈 덮인 산야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엉금엉금 가다 보니 어둠이 내리고 고개를 몇 개나 넘어 산중인가 싶었는데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맨하탄도 보이고 타이타닉도 보이고 자금성도 있고 눈 내린 발리도 있어 혹시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조용한 휴식 공간을 찾으려 했으나 가는 곳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술 마시는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겨우 잡은 여관의 벽에는 허리가 잘록한 절색미인이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유혹하고 있었다. 밤잠을 설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아침에 눈을 뜨고 바라본 주변은 엉망이었다. 강변을 따라 국적을 알 수 없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저마다 가든과 파크의 이름표가 달려 있어 어지러웠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생활을 떠나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 휴가를 싫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락한 휴식을 위해서 잘 보존된 자연환경 속에서 참 “나”를 찾는 수양을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중의 하나인데 편안하게 쉴만한 곳이 없게 만들어 놓았다. 가는 곳마다 가든이나 파크로 위장된 음식점과 여관이 무질서해 대책이 필요함을 느낀다.

 

원불교라는 정법회상을 세상에 드러내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이미 100여년 전에 “돌아오는 세상은 높은 산 좋은 봉우리에 주택을 지을 것이며 나무와 화초를 심고 연못을 파서 양어도 하고 그 사이에 기암괴석이나 고목을 늘어놓아 훌륭한 공원을 만들 것이요, 금강산이나 지리산, 구수산 같이 영기가 어린 산에도 집을 짓게 되리라”고 전망(전망품 24장)을 하셨다. 그 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지금의 펜션이나 콘도를 예견하신 것이다.

 

한정된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음식점이나 여관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것보다 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어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단련하는 휴식공간으로 이용되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연은 우리가 잠시 빌려 쓸 뿐 후손에게 돌려줄 유산이다”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개발이라는 상처로 얼룩진 우리 국토를 종교인들이라도 앞장서 잘 가꾸어 대한민국의 모든 땅이 웃을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도 사랑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유윤섭(원불교 동전주교당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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