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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의 찬양과 함께하는 따뜻한 겨울나기

 

활의 궁체(弓體)처럼 반달 모양으로 늘어선 채 카치니의 곡 '아베마리아'(Ave Maria)를 부르는 13명의 수녀들.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이 노래를 수녀들은 소프라노 이네사갈란테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른다. 영혼을 울리는 소리에 영화'시스터 액트'를 떠올리는 것은 왠지 발칙하다. 하지만 이들 앞에서 음악지도를 하고 있는 소프라노 박모니카 수녀에겐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표정은 한없이 너그럽지만 간혹 긴장하는 표정을 숨길 수 없다. 의미깊은 무대를 준비하는 한 과정을 책임질 '음악선생님'인데 오죽하랴. 24일 오후 6시 전주시 중노송동 인보성체수녀원.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세상과는 한참 떨어진 듯한 또다른 이데아의 풍경이다.

 

위로의 음성으로 세상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은 신께 삶을 의탁한 수녀들이 세상을 품는 또 하나의 방법. 사랑이며 배려이고, 보다 아름다운 찬미다.

 

인보성체수도회(총원장 박영란·쟌다크수녀)와 수도원이 운영하는 인보노인종합복지관(관장 박베네딕다)이 함께 마련한 '독거노인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29일 오후 7시 소리전당 모악당).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무대는 소식만으로도 정겹다.

 

이 날 영혼을 울릴 목소리의 주인공은 종신서원을 선택한 인보성체 제40기 13명의 수녀들이다. 최글라라·김실비아·조안녜스·박크레센시아·김마리도미니카·서가타리나·조소화데레사·이율리안나·정마르타·현마리아·박마티나·홍가밀라·오마리아고레띠 수녀. 기도 안에서 작은 기도들을 이루어낼 성녀들이다. 이들은 지난 달 복음CD '아베마리아'를 제작한 실력파.

 

열 세 명의 수녀들은 '이 비천한 여종을 돌보셨으니' '생명의 양식' '도라지 꽃' '아베마리아'를 들려준다. 반주는 익산시립합창단 반주자로 활동하는 곽하나씨(세례명 소하데레사)다.

 

'음악선생님'인 소프라노 박모니카 수녀는 이날 무대에서 솔로로 출연한다. 그는 숙명여대 성악과와 로마 교황청 성음악학교 그레고리안 성가과정·합창지휘과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전문 성악인이다. 2000년 프랑스·스페인·이태리 등에서 대희년 맞이 순회공연 '15세기 다성 음악합창곡'을 갖기도 했고, 이태리에서 성음악 보급을 위한 CD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 날 공연은 1967년부터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스페인출신 우요셉 신부(부산 봉래동 성당 주임신부)와 지난 2일 독창회를 연 베이스 김규성씨도 무대에 선다. 글로리아 스트링 오케스트라(지휘자 은희천)의 반주로 전주시립합창단(지휘자 구천)의 성가도 함께 한다.

 

이번 공연이 이루어지기까지 뒤에서 힘을 보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주대 은희천 교수는 가장 큰 후원자다. 복지관에서 열고 있는 무료 경로식당도 지난해 4월 은교수의 기획으로 열었던 음악회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시작한 사랑의 결실이다.

 

이번 음악회를 통해 모아지는 기금 역시 독거 노인들의 안과 밖을 따뜻하고 넉넉하게 하는 사랑의 기금으로 스여진다.

 

인보노인종합복지관 박영란이사장(세례명 쟌다크)은 "참사랑의 향연으로 펼쳐질 이 공연은 외로운 노인들께 다가오는 추위를 감싸드릴 훈훈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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