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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 심사평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 백여 편을 읽고 난 선자(選者)의 마음은 푸근하였다. 전체적으로 일상에 대한 겸허함과 가족?친지간의 사랑이 진하게 표현된 작품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이런 ‘겸허함’과 ‘사랑’이라는 문학정신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받쳐주는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위안과 함께, 요즘과 같은 어지러운 세태일수록 수필의 가치가 돋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여덟 편을 골랐다. 「자전거 소리」(김태하), 「망해사」(이주리), 「이웃집」(노경해), 「할머니 구두」(이주희), 「된장찌개의 법칙」(이경임), 「달력」(김윤선), 「부고철학」(곽흥렬), 「오카리나」(김성구) 등은 모두 수준작이어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문장의 자연스러움과 구성력, 소재를 주제로 구현하는 과정, 진실성의 확보 등을 염두에 두고 다음 세 편을 다시 읽었다.

 

「달력」은 꾸밈없는 문장 속에 진솔한 일상이 잘 표현되었고 사색의 깊이도 만만찮게 느껴졌지만, 작품 전체의 구성이 충분하게 세련되지 못한 것이 작은 흠이었다. 「부고철학」은 안정된 문체 속에 번득이는 예지가 드러나 있어 작가의 범상치 않는 안목이 감지되는, 그래서 글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오카리나」는 일상 속의 작은 소재를 주제로 구현하는 과정이 탁월한 작품으로, 사색의 깊이, 집중력 있는 구성, 안정감 있는 문체가 전체적으로 주제 구현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 특히 뒤의 두 작품은 수필 고유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각기 다른 독특한 문체와 분위기로써 그걸 뒷받침하고 있어서 대조적인 맛과 운치를 느끼게 하였다.

 

이 두 편은 모두 당선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한 편을 고르는 책무 때문에 결국 「오카리나」를 뽑았다. 이 작품 외에 함께 응모된 같은 작가의 다른 세 편의 수필이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면서도 모두 일정한 수준과 품격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재와 주제에 따라 다른 문체를 구사하는 이 작가의 미덕이 한결 미더웠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밖에도 부분적으로 빛나는 장점을 보인 작품들이 많았지만 지면관계상 일일이 언급하지 못한 아쉬움을 밝히면서, 응모자 여러분의 ‘건강한 문학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임명진(전북대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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