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가득한 얼굴에, 숨가쁠 정도의 경쾌한 리듬에 발랄한 춤’
가수 현숙씨(45·본명 정현숙)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만년소녀’같은 그런 모습은 신인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올해로 데뷔 26년째를 맞는 중견가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아직도 신인같은 풋풋함이 남아있다.
사실 그녀 또래의 가수들은 대부분 활동을 중단하거나 은퇴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20대 후배들 못지않은 활발한 활동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오히려 최근 발표한 ‘요즘남자 요즘여자’‘오빠는 잘 있단다’등으로 방송국 주최 가요대상에서 가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정도다. 그녀는 구랍 29일 SBS의 가요대전에서 6대 가수(트로트 부문)에 선정된데 이어 KBS 가요대상 10대 가수상을 받았다. KBS 가요대상의 경우 지난 96년부터 8년연속 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79년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로 데뷔한 그녀가 지금까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타고난 성실함과 노래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총 23번의 앨범을 발표했다. 피나는 자기노력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숫자다.
그녀는 “항상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저는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라는 소리가 제일 싫었습니다.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될때까지 노력합니다. 덕분에 결과는 좋았습니다.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중학때까지 배구선수로 활동했던 그녀가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78년 군산서해방송 주최 노래자랑에 친구들과 함께 장난삼아 참가하면서부터. 당시 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그녀는 심사위원이었던 작곡가 임종수씨로부터 ‘(고교)졸업하면 테스트나 한번 받아보라’는 말에 집안의 강력한 반대를 뿌리치고 무작정 상경해 오디션을 받았다. 그리고 오디션 도중 우연찮게 임씨의 사무실에 들른 가수 김상범씨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곧바로 가수로 데뷔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그녀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
“이전까지 저의 꿈은 여판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외가쪽에 법조계로 진출한 분들이 많았거든요. 어머니는 눈물로 저를 설득했지만 저의 결심을 꺽을 수는 없었어요.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은 가수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조승권 전 부장판사와 조철권 전 도지사 등이 외가 친척들이다.
가수데뷔 이듬해 그녀는 ‘정말로’‘포장마차’등 트로트 댄스곡을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곧바로 스타반열에 올랐다. 80년부터 3년연속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가수로서의 빠른 성공과는 달리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아픔이 있었다.
어머니(81)가 지난 81년 중풍으로 쓰러진데 이어 아버지(96년 사망)마저 92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
3남3녀 가운데 다섯째인 그녀는 시골에 계신 오빠들을 대신해 자원해 부모님을 모셨다. 물론 결혼도 미뤘다.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어머니를 아침 저녁으로 몸을 씻겨드리고 용변 기저귀를 갈아들리는 등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
16년동안 치매와 중풍으로 몸져누운 부모를 병수발한 그녀의 효행은 이웃 주민들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96년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녀의 집을 방문한 심사위원들 모두 눈시울을 적셨을 정도였다고 한다. ‘연예계의 효녀심청, 또순이’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다.
“‘효녀’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불효자인 걸요. 부모님을 건강할 때 잘 모셔야 했는데... 거동이 불편해 좋은 구경과 좋은 못 사다드리니 죄스럽고 후회스럽습니다.”
현재도 중풍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노모의 병원비는 웬만한 월급쟁이 한달 월급 이상이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돈을 아끼며 저축을 했던 그녀는 지난 2001년 저축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7년전부터는 매년 연말 ‘소아백혈병 아이 돕기’바자회 및 미니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남모르는 선행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제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가 그들로부터 새로운 희망을 얻습니다”며 부끄러워했다.
올해는 5월 어버이날에 대규모 ‘디너쇼’를 계획하고 있다. 26년만의 첫 콘서트다.
‘뮤지컬처럼 뭔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들떠 있는 그녀는 “서울을 비롯 김제·군산 등 각 지역을 돌면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면서 “수익금은 전액 그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이동목욕차량’을 구입해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따뜻한 그녀다운 생각이었다.
최근들어 ‘사랑’과 관련된 노래를 많이 불러 결혼 계획에 대해 물었다.
“억지로 할 생각은 없고 자연스럽게 할 것 입니다. 이왕이면 가슴이 포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많은 대가족 집안이면 더 좋고요.”
바쁜 가수활동중에도 고향(김제시 월촌동)에 대한 생각을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는 그녀는 “고향이 없다면 가수 현숙도 없었을 것입니다. 고향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며 미안해 했다. 끝으로“ 그녀는 “항상 무대에 서면 연예계에서 전북대표로 노래를 부른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고향 전북의 발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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