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편을 가지고 독공을 해서 목성음을, 득음을 해야 혀. 동편제라야 득음이 돼. 나가 오십 사년을 소리를 허는디, 석달 열흘 독공을 수십번 들어갔어. 중노릇하다시피, 산에서 살다시피.’(‘강도근 적벽가’p17. 강도근의 증언 부분)
남원에서 태어나 남원에서 주로 활동하다 남원에서 돌아간 소리꾼, ‘두렁쇠’로 동편제의 맥을 꿋꿋이 지켜온 강도근 명창(본명 강맹근·1917∼1996)을 기리는 책자와 CD가 나왔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영효)에서 세 번째 민속악자료집으로 펴낸 ‘강도근 적벽가’.
소리에 대한 치열한 집념과 60여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소리 연마의 과정, 자기 예술에 대한 자존심과 예술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고집스런 심성, 농사지으며 소리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았던 농투사니 소리꾼에 대한 후배들의 헌정이다.
안숙선·오갑순·강정숙·전인삼·이난초씨 등이 그의 제자. 이들외에도 국악계에서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국악인 중에는 그의 문하를 거쳐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려대 유영대 교수가 1987년 명창을 직접 면담하면서 조사한 판소리 이정을 토대로 ‘강도근의 삶과 예술세계’를 엮었고, 학예연구사 명현씨가 ‘강도근 적벽가의 형성과 음악적 구성’을 제목으로 강도근 적벽가의 음악적 특성을 정리했다. 책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적벽가 악보는 1993년부터 3년간 전남대 전인삼 교수가 강도근에게 적벽가를 사사하며 녹음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특히 유교수가 발표한 글에는 강도근 명창의 소리내력과 특징, 소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강도근 명창과 전교수의 적벽가 교습과정을 담은 CD는 강도근 명창의 적벽가 전창인 ‘공명 동남풍 비는 대목’부터 ‘자룡 활쏘는 대목’ ‘공명제장 분발’ ‘적벽대전’ ‘새타령’이 50분 분량으로 담겨 있다. 강도근 명창의 소리는 현재 수궁가·흥보가 전바탕과 춘향가·적벽가·심청가 토막소리 녹음본이 있는 상황. 이 CD는 동편제 적자인 강도근의 음악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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