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우리 생활속에 아름다운 빛깔이 쏟아져 들어왔다.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채로만은 표현되지 않는 그 신비한 아름다움의 세계는 우리 마음을 온통 앗아가버렸다. 강렬하거나 은은하게 배어나는 빛깔들. 생활 곳곳에서 작은 소품이 되어 삶에 향기를 전하는 이 빛깔의 정체를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천연염색'과 천의 만남. 작은 열쇠고리에서 온갖 패브릭 소재까지, 목도리부터 아름다운 생활한복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변신한 천연염색의 생활속 상륙기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애기똥풀, 꼭두서니, 며느리밥풀, 달맞이꽃…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자연이 천에 곱게 터내려앉아 사람과 함께 숨쉬기 시작했다. 자연을 안은 사람들은 자연을 입기 시작했다. 홍화에서는 선명한 붉은 물이, 쪽에서는 짙푸른 남색 물이 금방이라도 뚝뚝 흘러내릴 것 같다. 이름 만큼이나 고운 자연의 빛깔들이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은 절제된 멋을 자아낸다.
세상의 온갖 신비로움은 대개 자연의 근원이 되는 것들이다. 어떤 논리나 과학적인 분석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를 만났을때 우리는 다시 삶의 의미, 그 본연을 생각하게 된다.
자연의 옷을 입은 생활소품들
한조각 한조각씩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동안 사람의 마음과 마음도 이어진다. 서로 다른 모양과 색상의 조각들이 모인 조각보는 하나의 문양이 되기도 하고, 벽에 걸면 그대로 장식품이 되기도 한다.
피부에 직접 닿는 속옷은 몸에 좋은 황토나 숯으로 염색한 제품이 인기다. 천연염색한 기저귀는 뽀송뽀송한 아기 엉덩이를 위한 것. 은은한 쑥 향내가 풍겨오는 일상복은 몸에 좋은 기운을 전달한다. 원피스·겉옷 등 일상복의 종류도 다양하고, 여유있게 품을 넉넉하게 만들어 활동하기 편하다.
실크에 치자로 염색해 노란빛을 띄는 은은한 스카프는 고상한 멋이, 오베자로 염색한 회색 계열에 조각보로 포인트를 준 넥타이는 세련된 멋이 풍긴다. 땀 흘리는 상대방에게 살짝 건네는 손수건은 그 사람의 센스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천연염색으로 물든 핸드폰 악세사리나 명함 케이스, 필통 등은 센스가 엿보인다.
식탁에 멋을 더하는 러너나 창가의 발은 집안의 따뜻함을 더해주고, 찻잔 받침이나 다포의 고운 염색물이 찻잔 속의 차까지 같은 색으로 물들일 것만 같아 조심스럽다.
섬유의 씨줄과 날줄 사이로 파고드는 천연염색은 말그대로 ‘물들이기’다. 오염된 물이 스스로 깨끗해지는 정화작용을 하듯, 천연염색한 상품들은 원료들의 자연치유력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그 힘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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