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게 봉오리를 맺은 노란 개나리와 연두빛 연한 잎에서 봄을 읽던 때가 있었다. 온실 속의 꽃들로 계절을 짐작하는 반가움은 줄었지만, 그래도 한송이 꽃이 안겨주는 봄빛 설레임은 여전하다.
“2년 전 첫 전시는 가을을 옮겨놨으니, 이번에는 봄을 열려구요.”
넓은 전시장 안에도 상큼한 봄이 왔다. 화사한 꽃들이 사람들의 닫혀진 마음을 깨우는 유영꽃예술중앙회(회장 유신욱)의 ‘봄 향기전’이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린다.
“살아있는 꽃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 그것이 꽃꽂이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짧은 시간 안에 꽃의 특성을 파악해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줘야죠.”
꽃꽂이는 조심스럽지만 달콤한 꽃향기와 풋풋한 나뭇가지에 취하는 행복한 작업이다.
디자이너가 꿈인 열네살 막내 민주는 색감을 키우기 위해 꽃꽂이를 시작했다. 이제 막 싹이 나기 시작한 곱슬버들을 이용해 나뭇가지의 선을 살린 작품을 내놓는다.
꽃의 상태와 꽃들끼리의 조화를 생각한 작품들은 싱그러운 자연이다. 심플하고 모던한 뉴욕풍 젠 스타일부터 밝은 색상의 꽃들을 조화시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유럽식의 화려한 스타일까지, 꽃의 유행도 담아냈다.
잔잔한 남천, 대나무 모양의 아가티스, 담쟁이덩굴 같은 느낌의 아이비, 보라색 후리지아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꽃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꽃이 결국은 자연이잖아요. 꽃꽂이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아가 자신에게도 만족과 기쁨을 줍니다.”
‘꽃이 목말라한다’ ‘꽃이 아프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꽃을 아끼는 회원들은 이번 전시에서 환경을 생각해 오아시스를 쓰지 않는다.
“봄을 닮은 분홍 진달래와 집 마당 감나무를 전지한 잔가지를 이용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꽃을 피우고 있는 동양적인 꽃이 있답니다.”
유신욱 회장은 전시장 오는 길에 주웠다는 나뭇가지와 철판 테이블의 거친 특성을 이용해 ‘재활용’ 꽃 예술을 보여줄 생각이다. 다듬어진 인공미보다 간단하면서도 세련된 자연스러운 멋이다.
회원들은 꽃을 사치라고 생각하거나 특별한 날을 위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늘 아쉽다. ‘봄 향기전’을 찾으면 메마른 일상 속에서도 좋은 향기와 기운을 뿜어낼 꽃 한송이씩을 가슴 속에 피워갈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55명이 참여해 1백여점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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