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만난 김봉선씨는 등산복에 흰고무신 차림이었다. 다음 주에 있을 산악회 등반을 위해 사전답사에 나서는 길. 오랜동안 산을 찾아온 탓에 겨울만 아니면 맨발로, 또는 고무신으로 등산화를 대신한다고 했다.
하루전 찍은 사진이 여의치않아 이날 부랴부랴 다시 약속을 잡은 것이다. 사진찍히는(?) 게 어색해 보였다. 그는 본인이 직접 찍는 게 익숙한 사람.
88년 12월31일을 시작으로 매년 그때 어김없이 천왕봉을 찾는다. 새해 첫 일출을 기다려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한해 주변사람들에게 연하장을 자신이 찍은 천왕봉 일출사진으로 대신한다. 벌써 16년째 해오는 그만의 독특한 새해인사다.
1년 남짓 남은 퇴직후 계획도 지리산과 함께 한다. 그는 퇴직후 매주 일요일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지리산∼전주'를 오가는 관광버스를 운영할 생각이다. 물론 일반 교통경비보다 저렴한 '실비'로 운영할 생각. 그가 할 수 있는 지리산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다섯번이나 완주한 경험이 있는 정대영씨. 그는 환갑 때 철인 3종경기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마라톤, 사이클, 수영으로 이어지는 3종 경기는 말그대로 '철인'(鐵人)을 꿈꾸는 경기. 자전거를 타고 부안의 변산반도 일주도로를 한 바퀴도는 것도 철인경기에 대한 대비.
등산을 처음 시작했던 10여년 전보다 입산통제나 자연휴식제를 시작한 정부의 방침이 한편으론 서운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간이 만날 수 있었던 야생화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모두 자신들보다 더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몇몇 산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낯내기를 자청한 사람들'로 보여지진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도 있었다.
자신의 생활에 성실하고 늘 겸손한 사람들. 산이 안겨준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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