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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전주국제영화제, 이대론 안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벌써 5회째를 맞았다. 인구 60만 남짓의 지방 도시에서 세계 각국의 독립영화들을 백 수십 편씩이나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그리고 참으로 대견스럽고 마음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겹을 벗겨놓고 보면 '국제영화제 맞아?', '벌써 5회째인 것 사실이야?' 따위 볼멘 의문이 또아릴 틀고 있음과 만나게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더러 실수가 있겠지 하는 이해의 단계를 넘어선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홍보부족이다. 개막식이 열리기 두 시간 전 지정예매소 중 한 곳인 덕진예술회관 부스는 텅 비어있었다. 개막식 준비관계로 전북대문화관 매표소를 이용하라는 코딱지같은 안내문이 붙어있을 뿐 그 흔한 상영작 안내 책자나 리플릿 같은 것은 없었다.

 

전북대문화관도 마찬가지였다. 끈으로 묶은 인쇄물은 도대체 언제 쓸 것인지 한쪽 구석에 쌓여있을 뿐 안내 데스크 어디에도 책자나 리플릿이 없었다. 예매시 배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왜 '맞춤관람'을 유도해내지 못하는 것일까?

 

백 수십 편 상영작을 다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조금이라도 알아야 호기심이나 동기가 부여될텐데, 그걸 잠재적 관객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많은 영화의 저조한 예매율은 단적으로 그점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내용 소개의 책자를 선별하여 가가호호 우송하는 공격적 홍보전략이 절실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상영작을 알리는 기자회견 시점부터 영화내용 리뷰의 보도자료를 신문사에 배포하여 협조를 구하는 것도 내실있는 홍보가 될 수 있다.

 

벌써 5년째 반복되는 영사 사고나 음향 미비 등 설비 시스템은 가히 원시적인 문제라 할 만하다. '필름과 상영관 화면의 규격이 맞지 않는다'같은 이유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또 정당한 이유라고 계속 우겨대기만 할 것인가?

 

소통되지 않아 생긴 주차시비는 또 다른 문제다. 개막작 두 번째 상영 때(4월 26일 오후 5시) 전북대문화관 출입구는 닫혀 있었다. 정문에서 관람권을 보여주면 무료라는데, 가깝게 진입할 수 있는 출입구는 왜 봉쇄했는지 모를 일이다. 책자나 리플릿 어디에도 출입제한 안내가 없는데….

 

일견 오지 않아도 좋다는 배짱으로 보이는 건 당연하다. 공격적 홍보로 잠재관객을 적극 유인하기는커녕 애써 상영관을 찾는 사람마저 불쾌감과 함께 내쫓으려는 듯한 경직된 자세는 정말이지 다시 되풀이되어선 안된다.

 

사소한 것 같지만 티켓과 좌석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난감하다. 덕진예술회관의 경우 티켓의 2층 '아'가 극장좌석의 '라'열이라니!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 무슨 국제적 망신을 사서 하는 것인지 말문이 막힌다.

 

5년이라면 결코 적은 세월이 아니다. 중학생이 대학생으로 우뚝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다. 기업처럼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행사라 해서 그렇듯 원시적 문제를 여전히 드러내는 전주국제영화제, 이대론 안된다. 전주시가 지원하는 십 수억원은 '눈먼 돈'이 아니라 고래심줄 같은 시민들 세금이다.

 

/장세진(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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