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을 테마파크로 인식한다면 한옥마을사업은 실패한다. 한옥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 그것이 전주가 연출할 수 있는 전주만의 경쟁력이다.”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 ‘전주한옥마을 문화인과 가나자와 문화인들의 좌담회’에서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오오바 요시미 총관장이 전한 충고는 특별했다. 이 좌담회는 전주시와 전주시지역혁신협의회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일본의 전통문화도시 가나자와시의 문화정책 전문가와 활동가를 초청해 마련한 심포지엄의 세번째 공식 일정.
오오바 관장은 가나자와시가 전통문화의 도시로 발전한 원인도 전통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꾸밈없이 현재의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찾아진다고 소개했다. “전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꾸며지지 않은 전주사람들의 삶을 보려고 한다”며 “전통을 살리려고 인위적인 힘을 가한다면 오히려 전통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 건축·가구·의복·생활도구 등 모든 분야에서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전통을 받아들여 활용, 민속 고유의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나자와시의 문화공간 활성화 사례를 통해 전주시의 전통문화 활성화 정책을 논의한 이 날 좌담회는 이시카와현 야야모토 가치미 식품협회장과 도예가 오오히 도시오씨, 가나자와시 국제문화과 오카다 요시우키 실장 등 가나자와시의 문화활동가들과 전주전통문화센터 김갑도 대표, 한옥생활체험관 김준호 관장, 양사재 김순석 대표, 한지공예가 김혜미자(기전여대 교수)·차종순씨(예원예술대 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대수 큐레이터 등 지역 문화예술인 40여명이 참석했다.
한옥마을 문화인들은 특히 가나자와 시민예술의 거점인 ‘시민예술촌’과 목수·석공·건축기구·표구·다다미·기와 등 중년층 대상의 기술양성학교인 ‘직인(職人)대학’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고, 행정과 활동가들의 소통의 문제와 전문가의 결합 여부에 집중적인 질문을 펼쳤다.
오카다 실장은 가나자와시의 모토인 ‘세계 속에서 독특한 빛을 발하는 도시 만들기, 주민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 만들기’를 거론, “행정이 시설을 건설해 운영자금을 제공하고 시민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시의 문화시설 운영방법”이며, 예술촌의 운영과 기획 등은 시민 자원봉사자들의 의욕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문화단체의 활동과 미술관·공연장 등 문화시설, 중고교의 특별활동, 공민관(마을회관)을 이용한 시민들의 활동, 시의 적극적인 정책 등 오오바 총관장이 들려준 가나자와시의 문화환경은 전주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문화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민의식을 예로 들며, “다도·꽃꽃이·창작교실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예전의 것을 흉내내기보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전통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가나자와시 문화인들의 한옥마을에 대한 관심도 특별했다. 이들은 “한옥마을은 처음 본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라며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오감을 자극하는 곳”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골목길의 운치를 더 살렸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통과 현대문화를 아우르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전주의 전통생활문화가 문화콘텐츠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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