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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이일주·민소완·조소녀 명창, 14일 심야 야외 완창무대

 

한 여름밤 별빛아래서 듣는 판소리 완창무대가 있다. 족히 8시간은 걸린다는 ‘동초제 춘향가’를 동초제의 살아 있는 계보인 오정숙·이일주·민소완·조소녀 명창이 바통을 이어가며 릴레이로 부르는 ‘야외 심야 완창판소리’다(14일 오후 9시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

 

국립극장이 매년 상설로 선보이는 ‘문화재급 명창들이 꾸미는 2004완창판소리’ 무대 중 한 테마인 이 날 공연은 한국 판소리사와 창극사에 큰 자취를 남긴 동초 김연수(1907∼1974)의 서거 30주기를 추념하는 특별무대. 동초제 소리의 정통을 잇고 있는 명창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이번 춘향가 완창무대는 유파별 소릿제의 교과서적인 판소리 공연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송만갑·정정렬 명창 등의 문하에서 판소리와 인연을 맺은 동초는 판소리 이론과 사설에 밝아 판소리 다섯 바탕의 오자(誤字)를 바로잡고, 장단과 성음을 정비하는 등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업적을 남겼다.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해 사설이 정확하고 가사 전달의 맺고 끊음이 분명한 특징을 지닌다.

 

특히 동초의 소릿제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오정숙 명창(70·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은 발림에 감정이 풍부하고,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 시대 대표적인 소리꾼이다. 오후 9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이 날 공연에서 명창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소리의 원형을 유감 없이 들려줄 예정이다.

 

이날치에서 이기중으로 이어지는 가문의 대를 잇고 있는 이일주 명창(69·도무형문화재 제2호 심청가 기능보유자)은 소리에 대한 열정 자체가 삶인 소리꾼. 박초월·김소희 등 당대 최고의 소리꾼들에게 소리를 익힌 후 오정숙 명창에게 사사하며 독특한 서슬이 담긴 자신의 소리세계를 완성시켰다. 조소녀 명창(64·지방무형문화재 제2-9호)과 민소완 명창(61·지방무형문화재 제2-10호)은 오정숙·이일주 명창을 사사한 정통 소리꾼이다.

 

이 날 공연의 고수는 김규형(국립국악관현악단 지도위원), 조용수(국립창극단 단원)씨가 맡는다.

 

거친 맛과 부드러운 맛, 슬픔과 너그러움 등이 자유자재로 구사되며 관객들을 깊고 그윽한 소리의 세계로 안내할, 한 여름밤 판소리의 유혹. 마음놓고 빠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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