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태인에서 말년을 보낸 조선시대 학자 정극인(1401-1481)의 생애가 오페라로 제작된다.
예술기획 ‘예루’(대표 김광순)가 제작한 오페라 ‘정극인’이 9월 3일(오후 7시)과 4일(오후 2시,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막을 올린다. 소극장 예루로 출발해 전문예술법인으로 옷을 바꾸어 입은 ‘예루’가 지역 문화단체로 뿌리 내린지 18년, 그동안 꾸준히 이어온 소극장 공연과 콘서트 등 500회 공연을 기념해 의욕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의 작가이자 ‘불우헌집’의 저자인 정극인의 고난에 찬 삶과 사상을 조명한 이 작품은 지역예술인들의 열정과 역량을 집적한 창작 오페라 무대.
정극인이란 실존인물의 고뇌를 통해 당대의 사회상과 정치세계로 대변되는 현실적 삶을 긴밀하게 그렸다. 치열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한 인간의 고뇌와 그 선택으로 인해 맞게되는 삶의 상처와 현실정치에의 환멸은 오늘의 관객들에게도 동질감으로 전해진다.
역사적 인물을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지역 문화단체의 창작오페라 제작 시도는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의 총감독인 전주대 김광순교수가 작곡을, 역시 전북 연극의 맥을 이어온 전주대 박병도 교수가 연출을 맡아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췄으며, 지방 교향악단의 역량을 끌어올려 주목받고 있는 군산시향 상임지휘자 신현길씨가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는다.
“우리 음율에 서양악기 편성으로 우리 고유의 창법과 양악창법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한국적 오페라 양식을 창출하고 싶었다”는 김교수는 ‘정통오페라의 양식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선율’의 음악, ‘조명과 무대미술의 효과를 살린 극적 배치’의 조화를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전북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음악연주를, 전주쳄버콰이어(지휘 백성현)가 합창을 맡았으며, 원광대 오문자교수가 이끄는 오문자현대무용단이 ‘검무’ 등 화려함과 역동성을 더해주는 춤으로 결합했다.
주인공들의 면면들도 눈길을 끈다.
정극인 역을 맡은 바리톤 최관은 이미 지역에서 올려진 여러 편의 오페라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중견. 연화역의 김정아와는 서울대와 같은 대학원 선후배 사이다. 최성욱역의 신윤정, 권씨 부인역의 박신, 김진용역의 김종대를 비롯, 강지훈 이용승 주동환 공동규 문영지 등 활동이 활발한 중견성악가와 신인들의 보다 새로워진 역량을 이번 무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전북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전주대와 전라일보가 공동 주최한 ‘오페라 정극인’은 전주 공연에 이어 10일 오후 7시 30분 정읍 정읍사예술회관에서 공연하며, 오는 11월 중국 공연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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