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던 시인의 문학혼이 후배 문인들의 그리움으로 되살아났다.
‘신석정 시인 30주기 추모문학제(공동제전위원장 허소라·김남곤)’가 9일 폐막됐다.
석정문학회(회장 허소라)와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가 뜻을 함께한 추모 문학제는 문인들을 비롯한 도내 문화예술인, 석정의 제자, 일반인들까지 시인을 ‘새삼’ 떠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선배 문인을 위해 전북문협과 작가회의가 마음을 합한 첫 행사여서 그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소재호 회장은 “석정문학제를 함께 치르면서 원로부터 젊은 작가들까지 하나로 꿰어지고 존경하는 분위기가 마련돼, 전북 문단이 하나가 되고 위상이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고 기뻐했다.
지난 3일 개막, 행사장인 전북예술회관을 다녀간 방문객만 해도 2천여명. 사위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와 셋째아들 신광연씨 등 유족 20여명이 참여한 추모문학제는 석정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기념사업이 1주일간 펼쳐졌다.
시인이 발표했던 작품들과 친필 시화, 역대 간행 시집의 초판본 전시는 시인의 궤적을 알 수 있는 기획. 석정의 미공개 사진과 유품 전시는 유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가능했다. 문인들에게는 “추상적·관념적으로만 만나왔던 석정을 좀더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였으며, 문학강연을 찾은 고등학생들은 “교과서로만 접했던 시인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설레이는 자리였다. 그러나 ‘신석정 시세계 재조명’을 위한 문학강연은 깊이있는 특강에 비해 활발한 토론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허소라 제전위원장은 “석정을 서정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일반인들이 치열했던 석정의 시와 삶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였다”며 “이를 심지로 석정문학상 제정과 석정문학관 건립 등도 차근차근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택 회장 역시 “석정이 충분히 평가받고 있지 못한 것은 지역 문단과 문화예술인들의 관심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라며 “추모문학제에서 도민들과 문인들이 보여줬던 관심이 활발한 연구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행상 사소한 오류가 있었지만, 늦게나마 석정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석정 전집 발간의 필요성에 공감한 후배 문인들은 3년 뒤 석정 탄생 100주기에도 이러한 열기가 이어지기를 바랬다.
석정 추모문학제를 치르면서 또한 작고 문인 조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병기, 김해강, 박봉우 등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문인들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 기념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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