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한장을 넘겼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을 일순간 '성지'로 바꿔놓은 창작 오페라 '쌍백합 요한 루갈다'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4회 공연의 막을 내렸다. 연일 2천석 객석을 가득 메운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3년 여동안의 준비 기간과 출연진만도 2백여명에 달하는 대작.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최우수 창작오페라로 선정돼 미리 작품성 검증까지 확보해놓았던 이번 공연은 지역 예술사에도 큰 의미를 남겼다.
공연은 끝났지만 감동의 숨결이 채 가시지 않은 모악당에서 호남오페라단 조장남 단장(54·군산대 교수)과 연출가 김재희씨(39·한국종합예술학교 강사)를 만났다.
실전을 방불케하는 리허설 기간만 3개월. 지난 봄부터 대본을 챙겨 분석하고 음악을 곁들이는 작업까지 포함하면 올 상반기내내 이 작품에 매달린 셈이었다.
" '요한 루갈다'는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을만한 소재라는 점에서 꽤 오랫동안 마음에 두어왔던 작품입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적인 틀을 갖추고 싶었죠."
그동안에도 창작 오페라에 무게를 두어왔지만 조 단장은 초연에 대형 오페라로 작품을 제작하는 일은 참으로 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2백여명에 달하는 스탭을 '통솔'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호흡이 맞춰졌고 단원 모두가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죠."
요한 루갈다 공연팀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소리전당에 진을 치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규모답게 많은 기록도 남겼다. "음향이나 조명 등 무대 장비가 풀가동되기는 소리전당 개관이후 처음이랍니다. 아무리 큰 공연도 대관료가 1천여만원이 고작이었다는데 그보다 두 배이상 들였으니까요."
그런만큼 조 단장에게는 작품의 구석구석 아쉬움도 많았다.
"이야기를 보다 빨리 전개하고 극중 내적 갈등을 더욱 치밀하게 묘사하는 보완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는 그는 내년 전국 순회 공연을 위해 2시간 50분의 '롱런' 공연을 집약시켜 2시 20분으로 단축시키고, 대본도 일정 부분을 수정, 극중 갈등을 멜로디가 있는 아리아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조 단장은 80명 규모의 합창단을 따로 꾸려 내년 6∼7월께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 순회를 가질 계획. 2006년에는 이태리 현지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하는 해외 무대도 기획하고 있다.
조단장 못지 않게 노심초사하며 무대를 지켜야 했던 또 한사람. 연출자 김재희씨다. 그는 이 지역에서 올려지는 공연작품의 첫 여성 연출자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최근들어 오페라 여성연출가가 하나 둘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생소한 분야.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씨는 이태리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김씨는 이태리 볼로냐 국립대 출신이다.
지난 2002년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협력 연출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그에게 '쌍백합 요한 루갈다'는 두 번째 연출 작품이지만 단독 연출로는 처음이다.
'성공적인 공연'으로 평가 받았지만 그는 연출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3월쯤 대본을 받고 나중에 따로 음악을 전해들으면서 어떻게 구상해야할 지 고민이 많았어요. 초연이라서 부담이 더 컸지요."
유난히 스탭들이 많은 무대여서 늘 '긴장의 고삐'를 놓을 수 없었다는 그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실전같은 리허설을 수 개월동안 주도해왔다.
"트리플 주역이다보니 공들여야할 시간도 분산돼 자칫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었지만 오히려 각자의 개성과 특색이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그는 '사실주의'보다는 '상징주의', '짜여진 각본'보다는 '즉흥성'에 무게를 두고 작품을 구상하는 편. 김씨는 내년 전국 순회 공연무대까지 연출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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