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보다 마음이다.
15년이란 결코 짧지않은 시간 동안 붓을 잡으며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작품에는 제목도 달지 않았다.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지만, 보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그냥’ 느꼈으면 좋겠다.
문인화가 아설(雅雪) 정미라씨(67)가 산수로 그 폭을 넓혀 개인전을 연다. (17일부터 23일까지 전북예술회관)
호탕한 기개(氣槪)가 살아있는 작품이지만 그 바탕에는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이 함께 녹아있다. 정작 병아리는 먹빛이지만 배경을 노란색으로 그리는 감각도 있고, 여백을 중요시하는 한국화에서 종이 가득 한무더기 꽃을 피워내기도 한다.
과감함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룬 화폭이다. 산수·자연·화훼·영모 등 소재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수묵·담채·농채·점묘 등 기법도 자유롭다.
“예전에는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만 앞서 있었어요. 이제는 “옛날부터 더 잘할걸…”이란 후회도 들고, ‘진짜 그림’을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정씨는 1년 반만에 다시 붓을 들 수 있었다.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몸도 불편한 상태였지만, 대신 그림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얻었다.
든든한 가족들은 그림의 길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동안 해 온 것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결산하는 자리지만, 그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더 크다고 했다.
“이제 그림은 나를 찾아가고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진실로 아름다운 이야기와 꿈을 지닌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림을 통해 맑은 기운을 전하고 싶다”는 정씨는 사실 여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먹을 쓰는 작업은 여백을 통해 종이와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그는 여백이 주는 편안한 기운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목원 임섭수씨를 사사한 정씨는 한국미술협회와 연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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