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을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먹기 좋게 내놓았어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맛보다 멋이에요.”
‘요리강습’ 현장치고는 너무도 솔직한 고백이다.
18일과 19일, 전주대 문화관광학부 전통음식문화전공 제2회 졸업작품전이 열린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시실에서는 때아닌 ‘요리강습’이 펼쳐졌다.
화려한 색들이 눈을 먼저 유혹하는 식탁에서, 관람객들은 사진을 찍고 열심히 메모하기 바쁘다.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음식을 구경하는 행운과 친절한 조리법까지 덤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뚜렷한 계절만큼 자연에서 얻는 먹거리도 다양한 것 같아요. 우선 색깔이 다양해 보는 즐거움이 있고, 재료도 다양해 먹는 즐거움도 있어요.”
4년동안 전통음식을 공부한 이들의 전시 테마는 ‘온고지신’.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과거’와 서양음식과 전통음식을 현대화시킨 ‘현재’, 봄·여름·가을·겨울 이미지로 테이블을 장식한 ‘미래’ 등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음식들이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작품은 쿠키로 만든 집 ‘사랑의 집’과 전통 떡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평화로운 하루’.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아무래도 폐백 음식이나 떡, 골동반 등에 눈길이 머문다.
27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예비졸업생은 전근식씨. JW매리어트 호텔에서 근무하지만 전통 궁중음식을 배우고 싶어 뒤늦게 편입한 전씨는 생선과 야채를 이용해 만든 전채 요리 ‘삼각형의 비밀’을 내놓았다.
학교 실습실에서 요리를 만들고 전시실로 나르기까지 하루를 꼬박 준비한 음식이지만, 기획부터 치면 반년을 투자한 작품들이다. 색과 형태를 고정하기 위해 젤라틴을 바르는 작업은 정작 조리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과정. 연습과 팜플렛 제작, 전시작품 까지 합하면 세번씩 차려낸 상이다.
세상이 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사회에서 더 큰 상을 차려내기 위한 예비졸업생들의 식탁은 희망이 있는 봄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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