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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시네마'를 전주 시민에게 許하라" 김영혜 교수

 

전주의 예술영화전용관 개관 무산 위기가 알려지면서 이러한 사태를 자초한 ‘전주 시네마’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선정이 극장측의 일방적인 개관보류로 취소될 경우, 전주 지역의 관련 사업이 안게될 부담은 물론, 도시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문화계 인사들은 지적한다.

 

우석대 연극영화과 김영혜교수가 예술영화전용관 개관 무산 위기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얼마 전 지역 언론들이 전주에도 예술영화 전용관(아트 시네마)이 생긴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영화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충분히 흥분할만한 뉴스였지만, 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사뭇 가슴 설레는 일대 낭보였다.

 

‘아트 시네마’라니, 전주는 유럽의 유명한 예술 도시도 아니고, 서울도 아니고, 부산도 아닌데, 여기에 아트 시네마가 생긴다니, 도대체 이게 믿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가 개봉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주로 헐리우드 영화 아니면, 한국영화, 그리고 극소수의 유럽영화인데, 그것도 매우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영화에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극장 수가 많으면 무얼 하나. 시간대만 바꾸어가며 장사될만한 영화를 1관에서도 틀고 2관에서도 틀고 3관에서도 튼다.

 

이것이 바로 아트 시네마가 필요한 이유이다.

 

영화의 편식과 독식을 막는 것,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보를 확인하고 시간을 급히 내고 하지 않아도 언제라도 가기만 하면 보석같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말로만 듣던 영화사의 빛나는 작품들을 황홀한 35미리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곳, 그것이 아트 시네마다.

 

한 도시에 아트 시네마가 있다는 것은, 그 도시에 뛰어난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을 때처럼, 도시 전체의 문화적 품격을 단번에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의미를 가진다.

 

전주시민은 국제영화제 동안의 짧은 기간에 종종걸음을 치지 않으면 도무지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는 없다. 굳이 보려면 서울로, 아니면 부산으로 가야한다. 해마다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도시로서 남부끄러운 일이다.

 

전주시민들에게도 평소에 영화에 대한 감수성과 안목을 키우고, 다양한 영화를 즐기고 식별할 수 있는 감상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내가 아트 시네마의 개관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듣자하니, 전주 아트 시네마 개관이 무산될 위기에 있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기로 하고 멀티플렉스 상영관 하나를 아트 시네마로 전용하겠다던 극장이 납득할만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갑자기 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약정체결에 불성실하게 임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취소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극장주는 전주시민 전체에게 심대한 손실과 타격을 입힌 셈이다.

 

기껏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해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 이런 극장이 있는 한, 앞으로 전주의 어떤 극장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아트시네마 선정공모에 응할 수 있단 말인가? 행여, 그들이 전주시민 전체를 우스꽝스럽게 여기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당사자는 어떤 식으로든 전주 시민에게 입힌 손실을 보상하고 전주시민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최선의 방법은 전주시민에게 다시 아트 시네마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출시되지도 않는 비디오를 목마르게 기다리지 않아도, 비싼 돈 주고 외국에서 비디오를 구입하지 않아도, 언제든 그곳에 가면 황홀한 필름의 향연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마음대로 빼앗아가지 말라.

 

그리하여 전주가 ‘소리문화의 전당’이 있고 ‘전통문화센터’도 있고, 더불어 ‘아트 시네마’가 있는 품격 있는 문화도시로 거듭 나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라!

 

/김영혜(우석대 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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