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세계는 광범위하고 표현력이 강하다. 가사의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변화있는 리듬을 끌어나가는 기법이 기술적이고 인상적이다.”
20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판소리와 재즈’공연을 위해 전주에 온 미국의 재즈뮤지션 이안 라쉬킨(Ian Rashkin)은 그동안 음반으로만 만났던 젊은소리꾼을 무대위에서 만나는 즉흥연주에 큰 기대를 보였다.
판소리와 재즈의 무대는 올해 소리축제에서 특별히 주목을 모으는 크로스오버의 영역.
'판소리와 재즈'는 지난 여름, 전라북도가 신나라레코드사와 손잡고 내놓은 음반 ‘판째’를 무대로 옮겨내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음반에 담겨진 판소리와 재즈의 결합을 현장공연의 실황으로 소개하는 자리.
음반 작업을 주도했던 음악감독 이안 라쉬킨과 릴 윌슨, 에반 부엘러, 조쉬 스튜어트, 크래그 플로리 등 미국의 재즈 뮤지션들이 장문희 임현빈 정은혜 이상호(고수) 등 젊은 소리꾼과 함께 무대에 선다. 연주곡목도 ‘진도아리랑’ ‘성주풀이’ 등 민요와 ‘수궁가’를 비롯한 판소리 다섯바탕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들이다.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리더 이안 라쉬킨은 유태계 미국인. 한국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재즈 음반 '조선지심'을 냈을 정도로 한국음악에 식견이 높다. 이날 연주되는 작품도 이안이 편곡했다.
판소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음악과 서양음악의 결합은 꽤 오래전부터 시도되어온 작업이다. 재즈 역시 한국전통가락과 유사하다하여 김덕수사물놀이패나 이생강의 대금사물놀이팀 등 우리 소리와 재즈와의 접목을 시도하는 무대가 이어져 왔지만 판소리만으로 재즈가 결합하는 무대는 새롭다.
기왕의 크로스오버 연상의 작업들이 우리소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형식이라면 이 무대는 ‘판소리’와 ‘재즈’라는 독립적 영역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융합하는, 보다 적극적인 실현인 셈이다.
무가로부터 온 한국의 전통음악 판소리나 흑인 민속음악으로부터 발전된 재즈는 즉흥성을 모태로 서로 지닌 공통적 특성이 적지 않은 장르. 표현력 강한 이 두 장르의 결합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이안 라쉬킨과 재즈뮤지션들은 전주에 도착한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결같이 판소리에 대한 분석과 그 미래를 예측하는 태도가 진지했다.
“판소리는 아직 낯설다.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영화음악 삽입곡과 같은 OST 작업이 좋은 것 같다. 지금 미국은 쿠바음악에 열광하고 있는데 그것은 영화 ‘브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 미친 영향 덕분이다. 판소리도 이런 통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음악에 식견이 높은 이안의 제안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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