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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특강서 책읽기 강조한 소설가 신경숙씨

 

신씨들이 모여살았던 정읍의 집성촌. 반듯한 오빠들을 위로 셋씩이나 두었던 종가집 넷째 딸은 ‘안 보이는 존재’였다. 무엇을 하고 싶어도 말로 요구할 수 없었던, 뭐든 눈치를 봐야했던 아이가 세상의 시선을 받는 소설가가 됐다.

 

소설가 신경숙(41). “사람들이 많은 자리는 피하는 게 나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평하는 그가 전북대학교 초청으로 이 시대 젊은이들 앞에 섰다. “글을 쓰는 일이란 이미 누군가에게 잊혀졌거나 누군가를 잊어본 마음 연약한 자가 의지하는 마지막 보루 같다”고 피력한 적이 있는 그는 ‘나의 문학, 나의 인생’으로 학생들과 대화에 나섰다. (26일 오후 2시 전북대 진수당 2층 일반회의실)

 

“작가로서 70%는 어린시절 공기와 고향에서 보고 경험했던 것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내 고향, 내 마음의 풍경과 잔상은 또래 동료작가들과 비견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열여섯이 되어 집을 떠났던 신씨에게 고향 정읍은 항상 가고싶은 곳, 늘 그리운 곳이다. 어린시절 예수병원이 있던 전주는 ‘아버지가 아프면 낫게 해주는 곳’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책이 많은 곳’이었다. 그에게 고향은 서울 생활의 통풍 역할, 작가로서 근원과 같은 곳이라고 했다.

 

“책 읽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만난 몇 권의 책 이야기를 하겠다”는 그가 추천한 책은 의외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였다. 그는 비극성에 대한 원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로 의식이 한 단계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사람을 통해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간접과 직접이 균형을 맞추며, 실제라면 감당하지 못할 것들도 책을 통해서라면 흡수할 수 있지요.”

 

그의 고등학교 시절은 소설 ‘외딴방’과 겹쳐졌다. “너는 소설을 쓰는 게 어떻겠니”라며 ‘실천문학’ 창간호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선물했던 야간 고등학교 선생님. 글을 쓰고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소설가’라는 구체적인 길을 제시해준 선생님은 그가 1985년 ‘겨울 우화’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받았을 때 “네가 정말 소설가가 됐니”라며 놀랐다고 했다.

 

“작가가 되고나서 남이 쓰는 작품과 내가 쓴 작품을 어떻게 구분 지을까가 가장 고민이었어요. 방법은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쓰거나 남들과 다른 고유한 문체를 지니는 것이었죠.”

 

화려하고 세련된 문체.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 보다 관찰력을 중심으로 묘사와 행간의 리듬을 살린 문체 중심의 소설을 쓴다”고 고백했다.

 

“소설은 내가 쓰지만, 마침표는 읽는 사람이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끝맺음이 애매한 것들이 많아요.”

 

겸연쩍어 하며 소박한 웃음을 지어내는 그는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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