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가장 사랑했던 왕비 네페르타리. 아직까지 서있는 람세스 2세의 석상 발등에는 네페르타리가 조각되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네페르타리는 사나운 풍파에 지워지지 않고 람세스 몸으로 더 깊이 새겨진다.
지난 5월 암으로 아내를 잃은 시인 박희주씨(46)가 슬픈 사부곡(思婦曲)을 부른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펴낸 두번째 시집 ‘네페르타리’다.
“내가 쓴 시가 나를 위로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나를 위한 시작 활동인데, 나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아내가 시의 소재가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요.”
투병하는 아내의 지친 모습을 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 그리고 아내의 빈 자리를 술로 달랬던 어리석음…. 그러나 박씨는 슬픔을 에너지 삼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읽어낸다.
아내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행간에서 부터 느껴지는 제1부와 제2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 제3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살아있는 제4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은 제5부 등 일상성을 바탕으로 한 50편의 시가 실려있다. 특히, 타향살이의 외로움이 짙게 배여있는 ‘옛날 옛날에’는 1백93행의 호흡이 긴 장편시다.
임실에서 태어나 전북대를 졸업한 박씨는 경기도 부천에서 생활하고 있다. 1996년 문학21을 통해 등단했으며 2002년 첫 시집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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