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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문화도시를 가다 ⑦

공원처럼 꾸며낸 '전통의 혁신'

전통문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보존 계승하는 작업을 확산해가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향한 창조와 혁신의 정신을 지켜가는 것이야말로 가나자와의 문화적 힘이다.

 

가나자와의 21세기미술관은 가나자와시가 지향하고 있는 도시 발전의 방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가나자와시가 도심의 공동화 위기를 우려하여 건립한 21세기미술관은 도심에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하겠다는 시의 고도의 전략이 담겨 있다.

 

이러한 전략은 역시 오랫동안 구도심활성화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전주에도 대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대대적인 예산을 투자하여 세계의 수준있는 미술을 끌어들임으로써 시민들에게는 폭넓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일본의 각 도시는 물론 국외에서도 미술관을 주목하게 하는 적극적 운영전략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나자와시의 적극적 전략으로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이 미술관은 명료한 컨셉과 수준높은 기획, 창의적인 실험정신이 조화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돋보인다. 건축 설계부터 전반적인 운영시스템, 미술품 소장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 등 21세기 미술관이 갖고 있는 미덕은 한둘이 아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을 대대적으로 초대한 개관전만 해도 일본은 물론 국외까지도 널리 알려져 세계의 미술계가 주목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미술관의 미덕은 역시 시민들이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한 운영시스템.

 

원형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을 둥글게 에워싸는 실내 바깥쪽은 항상 시민들로 넘쳐난다.

 

'전람회 존(Zone)'으로 불리는 내부 전시장은 유료지만, 미술관 통로로 이용되는 이곳은 연중 무료로 개방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기능하게 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와 소리를 현지 녹음한 음향 시설을 갖춰놓은 내부의 통로 역시 내방객들로 붐빈다. 굳이 전시장을 찾지는 않더라도 미술관이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 배려는 건물의 곳곳에서, 전시장 안의 다양한 기획으로 드러난다. 그 결과 가나자와의 21세기미술관은 '공원과 같은 미술관'으로 불려진다.

 

21세기미술관은 궁극적으로는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건립된 공간이지만, 기능면에서는 새로운 문화 창조를 이끌어갈 거점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한편에서는 전통공예작품을 전시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21세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의 현대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전시장 풍경은 이 미술관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도 세계의 예술 흐름을 받아들이는 공간으로서 다양한 예술문화 창조를 위한 '발판'으로 기능하고 있는 미술관이야말로 가나자와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 유명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문화향수권을 총족시켜주고, 동시에 새로운 예술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 창작 활동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건립 취지는 미술관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개관전에 그대로 응집되어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의 문화도시로서 늘 '전통의 혁신'을 과제로 안고 살아온 가나자와. 세계로 눈을 돌려 만든 21세기미술관은 내면에서 솟구치는 예술 창작 욕구에 불씨를 지피며 시민들의 가치관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전통 보존은 시대에 맞는 창조적 계승이죠" 슈지 오케가와 21세기미술관 총무과장

 

"시대는 항상 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창출해 냅니다. 현대 예술의 흐름을 읽는 것은 예술가나 예술을 받아들이는 수용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작업이죠."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의 운영 책임자인 슈지 오케가와(桶川秀志) 총무과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표현 양식의 작품들을 모아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는 문화의 거점'이라며, '21세기'라는 이름이 붙여진 배경 설명과 함께 미술관을 소개했다.

 

21세기미술관은 구도심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전통 보존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취지에 따라 추진된 가나자와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마을 중심의 미술관이라는 차별화된 이점이 작용하면서 상가번영회와 미술관계자, 주민들의 공감대를 손쉽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적잖은 예산 때문에 논란은 있었지만, 기업으로 부터 민간지원을 받고 비용 절감을 위한 합리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해 이같은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개관 한달동안 작품 구입비로만 1백50억원을 투자할 만큼 '공격적인 운영'에 나서고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시민대표단을 활용하는 등 시민참여형 미술관을 꾸려나가고 있다.

 

"전통 보존은 시대에 맞는 창조적 계승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다양한 예술 표현의 세계가 집약된 21세기미술관이 '다이나믹'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일깨워주는 곳이라 할 수 있죠."

 

확실한 컨셉을 갖고 운영되는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뛰어넘어 '전통과 미래의 예술적 교류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또 하나의 본보기다.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질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의 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곳곳에 설치된 작품 하나 하나에도 미술관의 컨셉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기존 작품 성향에서 벗어나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21세기 미술관의 특징이지요."

 

슈지 오케가와씨가 미술관의 상징적 작품으로 예로 든 네안도르의 '스위밍 풀'은 풀장처럼 안에 물이 고여 있지만 유리로 된 바닥을 통해 지상과 지하에서 내려다보고 올려다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공간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미술관을 지을 때 별도 공간을 할애받아 설치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 말고도 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설치된 작품은 8개에 이른다. 그만큼 21세기미술관은 단지 작품을 수용하는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탈피, 작품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조형을 달리하는 유연성이 특징.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며 생명력 넘치는 미술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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