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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문화 '판' 사람과 사람] 연극협회장 홍석찬

"기획팀 구상...내년 중심잡기 노력"

전주연극협회 회장과 창작극회 대표. 2004년을 시작하면서 그의 이름 앞에는 새 꼬리표가 붙었다. 여기에 3년 째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과 남원국악정보고 출강까지. 물론, 본업은 연극인이다.

 

창작극회 연습실이 소음문제로 이사를 하는 곤란도 겪었지만, 창작소극장 보수공사를 마치고 좀더 편안한 시설로 관객들을 맞을 수 있었다. 전주연극협회는 제1회 어린이연극제를 열었고, 창작극회도 올해 아홉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초반부터 시끄럽더니 한 해의 끝에 서있어도 그는 여전히 바쁘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는 말, 연극인 홍석찬씨(39)의 1년이 그랬다.

 

“연출이든 배우든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정신없이 하다보니 출연진이 적은 소극장 공연과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이 필요하겠다는 목표가 세워지더군요.”

 

‘나룻터’ ‘정으래비’ ‘싸우지 맙시다’ 등에 배우로 출연하고, 종이축제 ‘한지 퍼포먼스’와 ‘밤비 내리는 영동교’는 연출을 맡았다. 그 밖의 다른 일들도 모두 연극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소극장연극제, 청소년연극제 등이 있지만, 연극에 대한 인식이 좋은 전북에 어린이연극제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어른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어린이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는 연극제를 열고 싶었습니다.”

 

전주연극협회가 주관한 어린이연극제는 신선했다. 지역 연극인들이 직접 나서 연극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내년에는 어린이 행사가 많은 5∼6월로 연극제를 옮겨 보다 많은 어린이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밤비 내리는 영동교’ 연출이었어요. 의사소통의 부재라는 분명한 주제가 있었는데도 관객들은 단순하게 코믹한 연극으로만 받아들였어요. 자괴감도 들고 당황했지요.”

 

“연기가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는 그는 하반기에 이 작품을 한번 더 올렸다. 그는 “연극은 시대에 맞는 적절한 이야기를 관객 마음에 닿게할 때 생명력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연출과 연기에만 신경을 썼는데, 올해 이런 저런 일을 맡고보니 연극에도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내년에는 창작극회 내 기획팀도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창작극회가 해오고 있는 전북 인물과 역사 조명에 내년에는 ‘콩쥐 팥쥐’를 성인극으로 각색한 ‘콩쥐’를 올릴 계획이다. 소극장 뮤지컬도 구상 중이다.

 

“소극장 ‘판’이 개관하면서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경쟁상대가 생긴 것이죠. 똑같이 연극을 중심으로 하지만 색을 달리해 전북 문화와 연극이 성장할 수 있는 양분이 되고싶어요.”

 

1년 3백65일 중 2백여일 이상 공연이 열리는, ‘늘 연극이 공연되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어중간한 대극장 공연 보다 소극장 장기공연에 관심이 많다.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떨림과 기다림을 느낄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은 연기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새로운 것들이 쏟아졌던 올해는 선배들의 도움과 후배들의 응원으로 버텨왔습니다. 올해가 실험기였다면, 내년부터는 중심을 잘 잡아야죠.”

 

전북대 독어독문과 새내기로 연극판에 발을 들여놓은지 이제 16년. 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는 홍씨에게 올해는 준비기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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