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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영화 '역도산'

세상 가졌지만 웃지 못한 사나이

직접 레슬링 연기를 펼치고 있는 '역도산'의 설경구(왼쪽). ([email protected])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법은 이 길 밖에 없다. 자멸을 앞두고도 멈춰설 수 없는 한 남자가 있다.

 

‘놓치기 싫어서 부여잡고 발버둥치는 삶’. 그 영웅의 뒷모습은 더 슬프다.

 

“난 일본이고 조선이고 그런 것 몰라. 난 역도산이고, 세계인이다.”

 

총제작비 110억원의 대작. 하반기 최대 기대작 ‘역도산’이 개봉한다. ‘파이란’을 연출했던 송해성 감독과 10여 킬로그램의 살을 찌우고 일본어로 연기를 하고 직접 레슬링을 한 설경구가 있다.

 

함경남도 홍원군 출신 김신락. 한국 이름을 버린 그는 대신 일본 이름 역도산을 얻는다. 열여섯의 나이에 일본 스모 도장에 들어가지만,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던 역도산은 스물여덟에 프로레슬러가 된다. 가라데로 미국 레슬러를 쓰러뜨리며 패전국 일본의 국민적 영웅이 되지만, 그의 나이 마흔한살 나이트클럽에서 야쿠자의 칼에 찔려 사망하게 된다.

 

“딱 한 번 사는 인생, 착한 척할 시간이 어딨냐”는 그의 말처럼 역도산은 영웅이 되기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치열하게 살았다. 자신의 세계에서는 외롭고 초라한 한 인간에 불과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만큼은 최고의 프로레슬러로 화려하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영웅들이 그렇듯, 역도산에게도 컴플렉스가 많았다. 성공하기 위해 조선인임을 감췄고, 사치스러운 옷으로 열등감을 숨겼다.

 

‘역도산’에는 한 영웅의 삶이 단촐하게 담겨있다. 레슬링 대결이 열리고 있는 링을 화면은 중계하듯 따라가고, 영웅의 갈등과 명암은 설경구의 눈빛만으로 표출된다. 설경구는 “스모 선수 시절 역도산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레슬링을 시작하면서 부터 가식적이더라도 웃고있는 사진이 많다”며 “겉으로 강해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나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드라마가 아닌 액션 영화를 기대하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밝힌 송해성 감독은 “액션 보다 한 남자의 감정을 쫓아가는 것에 치중했다”고 밝혔다.

 

‘세상을 다 가졌지만 웃지 못했던 사나이’ 역도산. 그의 고독한 삶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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